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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예수님은 돌밭, 가시밭에 꽃 피우길 원해”

박영선 남포교회 원로목사가 최근 서울 송파구 교회 목양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교회는 순교의 시대, 부흥의 시대를 지났다”면서 “영적인 성숙과 퇴보의 갈림길에 있다”고 말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젊은 시절 ‘믿음’이란 주제에 천착했던 한국교회 명설교자 박영선(74) 남포교회 원로목사가 이제 ‘사랑’이란 주제에 응답하고 있다. 박 목사는 최근 서울 송파구 교회 목양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하나님은 인간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실패하는 우리에게 계속 기회를 주신다”면서 “그분은 우리가 자유 의지로 이 사랑을 선택하길 바라신다”고 했다.

믿음과 사랑은 기독교의 대표적 주제다. 그는 초기 저서 ‘하나님의 열심’에서 믿음을 ‘하나님의 열심이 빚어낸 결과’라고 결론 내렸다. 또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했다. 최근 펴낸 이사야서 강해서인 ‘이사야서, 하나님의 비전’(복있는사람)에서는 사랑이 ‘하나님의 의리가 빚어낸 결과’라고 설명한다. 우리에겐 이 의리에 상응하는 자유와 책임이 있다고 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이사야서는 구속사 관점에서 많이 읽힙니다. 목사님은 이스라엘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이사야서에는 하나님과 씨름하는 이스라엘이 나옵니다. 이민족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안심’을 주지 않자 왕을 세우고 우상을 섬깁니다. 북왕국은 망하고 남유다도 망하기 직전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시간을 주시고 우리가 선택한 결과를 보게 하십니다. 더 큰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게 하십니다. 이스라엘의 멸망으로 백성들은 포로가 되고 흩어졌지만 복음은 이방 세계로 전파됩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저버렸지만 하나님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예수님을 보내셨습니다. 하나님이 목적한 인간의 표본이지요. 그분은 하나님에게 순종했고 하나님의 뜻을 이뤘습니다. 우리는 그분을 통해 하나님에게 갈 길을 얻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우리 믿음은 어떤 선택으로 드러날 수 있을까요.

“이 믿음은 도덕이나 윤리가 아니라 독립된 존재 간의 교제로 드러납니다. 예수님이 ‘내가 그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어 그들로 온전함을 이루어 하나가 되게 하려 함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과 또 나를 사랑하심 같이 그들도 사랑하신 것을 세상으로 알게 하려 한다’(요 17:23)고 했습니다. 이 사랑은 관계론적으로 대등합니다. 대등하지 않으면 동정이나 강요가 됩니다. 비참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죽음을 불사하고 우리를 사랑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대등한 상대로 보시고 ‘너는 내 상대다, 나의 꽃’이라 말합니다. 우리가 삶 속에서 하나님을 선택하길 기다리십니다.”

-우리는 선택에 실패할 때가 많습니다.

“은혜는 하나님의 의지입니다. 하나님은 창조의 목적을 포기하거나 이 목적에 타협하지 않으십니다. 우린 하나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구원은 죄사함 정도가 아니라 하나님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피조물의 목표를 이루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하나님을 믿고 자신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하나님은 고난 속에서 우리가 자라길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롬 3:22)’입니다. 이 의는 관계입니다. 의리(義理)입니다.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창조주로서 책임을 다하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계속 교제하고 우리가 성장하길 기대하십니다.”

-이스라엘 민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요.

“그렇죠.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너는 고아가 아니고 내가 네 부모’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식답게 굴라고 하고 사랑하는 관계가 되자고 합니다. 사망 권세에서 생명으로 옮겨갈 것을 권하지만 이스라엘은 반항합니다. 우상을 섬깁니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자식이 철들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 삶을 돌아봐야 합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우리가 과연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지, 하나님이 목적한 바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축구 선수가 이전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었다면 다음 경기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열심히 뛰어서 그 골을 만회해야 합니다. 바닥에 엎드려 회개 기도를 하면 안 됩니다. 지금 한국교회에 시급한 것도 이것입니다. 우리는 순교의 시대, 부흥의 시대를 지나 과도기에 서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영적으로 성숙할 것인가, 퇴보할 것인가 기로에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삶이 어려워도 매일 새로운 길을 가야 합니다. 살아 있는 한 이 길을 가야 합니다. 끝처럼 보여도 그것이 시작인 것처럼 길을 가야 합니다.”

-그리스도인 성숙의 지표가 궁금합니다.

“사랑을 증명하려면 오래 참아야 합니다. 불편한 걸 견뎌야 합니다. 나와 같지 않다고 외면하지 말고 그대로 견뎌야 합니다. 설교를 안 해야 합니다(웃음).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면 안 됩니다. 하나님이 예수님을 보낸 것처럼 예수님이 우리를 이 땅에 보냈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예수님처럼 보여야 합니다.”

-참 어려운 길입니다.

“우리는 밭입니다. 밭에 복음의 씨가 뿌려졌습니다.(눅 8:1~15) 그런데 우리는 돌밭일 수도, 가시떨기 밭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밭에 꽃을 피우길 원하십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하나님이 찾아오심으로 우리라는 존재가 하나님을 기뻐하게 될 것입니다. 씨가 꽃을 피우는 것을 우리 삶의 내용으로 삼으실 겁니다. 우리가 주로 실패하기 때문에 이 실패가 아무것도 아닌 줄 아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 실패가 일을 합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셨음에도 손에 못 자국을 가집니다. 그 모든 과정이 헛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모든 것으로 만들어져 갑니다. 시인 김춘수의 유명한 시 ‘꽃’에 나오듯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그 꽃이 되십시오.

-꽃이 되라고 하시니…(웃음). 교회 성도님들은 목사님 설교에 큰 도전을 받겠습니다.

“제가 옛날에 별로 큰 환영을 못 받았습니다. 고 옥한흠 하용조 목사님, 홍정길 이동원 목사님들과 종종 설교 강단에 같이 서곤 했는데 이분들이 간혹 뒤에 나오는 저를 소개할 때 농담 삼아 ‘곧 박영선 목사가 강의할 텐데 이 사람은 여러분의 감동을 방해하는 자’라거나 ‘독을 푸는 사람이니 조심하라’고 했지요(웃음).

박 목사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내가 아직 유언할 나이는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진지하게 말했고 중간중간 특유의 유머로 웃음을 자아냈다. “유머가 정말 대단하다”고 하자 “댈러스 윌라드가 그랬죠. 웃음이 없으면 복음이 아니라고요.” 평생 신앙적 질문과 싸워온 한 목회자의 연륜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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