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들러리 영성



2008년 3월 서울 종로 5가에 일본비전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세례 요한의 영적 야성을 지닌, 작지만 강한 교회로 섬기자는 비전을 품었습니다. “신부를 취하는 자는 신랑이나 서서 신랑의 음성을 듣는 친구가 크게 기뻐하나니 나는 이러한 기쁨으로 충만하였노라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하니라”는 오늘 본문 말씀처럼 ‘들러리의 영성’을 마음 속에 품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가 되고 싶은 사명을 품었습니다. 페이스 메이커란 42,195㎞의 마라톤에서 다른 선수의 기록을 유도하려고 30㎞까지만 앞질러 달려주는 ‘희생의 러너(Runner)’입니다.

오직 우승후보의 기록을 위해 존재의 목적이 자신이 아니라 타인에게 있는 2인자, 돕는 자입니다. 세상은 리더에 시선을 둡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세상의 낮고 천한 곳의 사람을 훈련시키십니다. 주님은 페이스 메이커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세우십니다. 이 기간에는 자신이 온전히 죽어져서 세상의 가치를 버리고 하늘의 가치로 사는 사람으로 훈련돼 갑니다. 마리아가 향유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한 것 같이 작은 헌신과 희생이지만 주님의 재림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일본 정치가 우경화되고 소수의 잘못된 목소리가 한·일 관계를 힘들게 하며 양심적 지성인이 소리를 내지 못하는 때입니다. 일본교회의 부흥이 간절한 때입니다. 그리하여 일본 사회에 하나님의 공의를 선포하며 한·일 양국의 협력과 상생의 분위기를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상처는 너무 깊고 크며, 역사적 아픔은 아직 아물지 않은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화해는 성경적 가치관인 가해자의 사과보다는 피해자에 대한 용서가 요구된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영으로 난 것은 영이니 내가 네게 거듭나야 하겠다 하는 말을 놀랍게 여기지 말라”는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게 됩니다.

일본비전공동체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기도하며 주님을 바라볼 때, 주님께서 주시는 마음은 들러리 영성으로 일본교회를 섬기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이렇게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가슴에 담고, 한국교회에 일본교회를 섬기는 들러리 영성이 임하기를 바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립니다.

살얼음판 같은 한·일 관계와 부족하고 연약한 일본비전공동체를 돌아보면 아직도 나아갈 길이 멀고 험하게 느껴집니다. 주님께서 주신 비전이며 꿈이기에 지치지 아니하고 믿음으로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3년 정도 재한 일본인 선교를 위한 교회를 개척하고 어느 정도 세워지면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저의 어리석은 생각을 새롭게 하시고 선교사로서의 사역과 목회의 길로 결단케 하셔서 15년의 세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마음이 정리되니까 하고 싶던 많은 일들이 매우 단순해지며 일본비전교회를 섬기는 사역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지 깨닫게 됩니다.

바라고 원하는 것은 세례 요한과 같은 들러리 영성의 고백이, 깊은 기도와 주님의 사랑으로 연단돼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역이 아닌 주님께서 원하시는 곳에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주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순종하며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신부를 맞이하는 신랑의 친구와 같은 들러리 영성과 주님께서 주시는 천상의 기쁨으로 충만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도 험하고 좁은 십자가의 언덕을 묵묵히 오르기 원합니다.

박윤수 일본비전교회 목사

◇박윤수 목사는 일본비전공동체 대표, 일본비전교회 담임목사이며, 선교단체 제이바(JBA·Japan Business as mission Academy)를 섬기고 있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