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장애 아들 통해 ‘장애인들의 일터 사업’ 구상하게 됐죠

지난 1일 경기도 광명 티엘엔지니어링 사무실에서 만난 서충옥 대표는 “직원 개개인의 성장이 결과적으로 회사에도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광명=신석현 포토그래퍼


지난 2일 서 대표의 생일을 맞아 아들 재현씨와 함께한 조촐한 생일파티 모습. 서충옥 대표 제공


서충옥(55) 티엘엔지니어링 대표는 공대를 나와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기업을 설립한다. 업종은 클린룸이었다. 먼지가 없는 특수 공간을 설계·제조하는 일이다. 반도체나 제약시설에 필요한 공간이다. 2020년부터는 클린룸 기술을 생활 속에 도입한 시스템 ‘하이브리드 클린 컨테이너(HCC)’와 ‘깨공멤버스’ 사업도 진행 중이다. 미세먼지를 줄여주고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의 확산도 막아 주는 기술이다.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고객이고, 정부로부터 표창도 여러 번 받았다. 2022년 매출은 100억원, 순이익은 5억원을 올릴 전망이다.

탄탄한 기업을 일군 기독교 경영인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신앙과 일터’에 대한 서 대표의 생각을 듣기 위해 지난 1일 경기도 광명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에게 질문을 던질 때마다 예상과 조금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경영자가 아니라 아버지로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서 대표는 “지적장애인인 둘째 아들로 인해 나의 경영관과 인생의 목표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야기는 물 흐르듯 아들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의 아들 재현씨는 20대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족에게 자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원했다. 하지만 힘들게 일자리를 얻어도 작은 이유로 쉽게 그만두곤 했다. 직장 동료와의 갈등이나, 일에서 오는 불편함을 견디지 못했다.

길어야 두 달이었다. 불편하면 그냥 일터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서 대표는 그때마다 아들을 자상히 타이르며 설득했다. 함께 공장에 돌아가 담당자를 만나 고개를 숙였다.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부탁하곤 했습니다. 대개 한두 번은 봐주시던데 그다음부터는 난색을 보이시더군요.”

재현씨는 2018년 경기도 광주 체르티라는 가구 회사에 취업했다. 공장 기숙사에 머물며 일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업무 중에 회사를 뛰쳐 나왔고 서 대표는 아들을 다시 공장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분위기가 좀 달랐다. “14개월이나 회사에 다녔습니다. 아들이 수없이 집으로 도망 왔는데 공장에 찾아갈 때마다 사장님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받아주시더군요. 나중에는 제가 궁금해서 받아주시는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가구 회사 사장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었다. 그는 “똑똑한 사람은 대기업 다니는 거고, 우리 같은 중소기업엔 좀 모자란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라며 “부족한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며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미소를 지었다. 서 대표는 그의 종교가 궁금했다. 사장은 불교 신자였다. 크리스천일 것으로 생각했던 서 대표는 놀랐다. 부끄러움도 느꼈다.

“가구 회사 사장님은 인생에서 너무 고마운 분이세요. 우리 크리스천이 가져야 할 큰 덕목을 보여주셨어요. 용서 그 이상의 본을 보여주셨죠. 그분을 통해 제 인생을 돌아보며 반성했습니다.”

이 사건은 서 대표의 경영철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이제 회사를 하나의 가족공동체라 정의한다. 좋은 가정은 구성원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려 노력한다. 나쁜 가정은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서만 목소리를 높여서다. 그는 직장도 같다고 생각한다.

그는 개인의 발전이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점도 강조했다. 업무 시간 중이라도 일과를 마치면 다른 공부를 권하고 있다. 자격증 시험을 위한 학원비와 시험 비용은 물론, 합격하면 따로 포상도 한다.

가구 공장 사건 덕에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회사에서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재현씨가 문득 말을 건넸다. “아빠, 나 같은 사람 일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주는 곳 만들면 어떨까.” 서 대표는 머릿속에 뭔가 번쩍하는 느낌이었다. 아들이 태어날 당시 하나님에게 드렸던 서원 기도가 떠올랐다.

재현씨는 조산아였다. 8개월 만에 태어났다. 스스로 호흡이 어려운 상태였다. 병원에서 열에 아홉은 일주일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있는 모습을 보며 부부는 매일 새벽기도를 다녔다. “살려만 주시면 아이를 꼭 하나님나라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 키우겠다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이제 알겠습니다. 다른 장애인을 돕는 것이 하나님 뜻이라는 것을요.”

장애인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알아보던 서 대표는 ‘베어베터’라는 사회적 기업 이야기를 들었다. 네이버 창업자 출신의 경영자가 행동장애인을 위해 설립한 기업이다. 수소문해서 회사를 찾았다. 장애 직원들이 편견을 이기고 난관을 넘어서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와 비슷한 사업을 벌이는 것을 인생 목표로 삼았다.

교회도 그의 사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서 대표는 인천 남동구 하나비전교회(김종복 목사)를 다닌다. 장애인 선교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온 교회다. 1995년부터 장애인 예배를 진행했고 충남 서산에 장애인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서 대표는 “하나비전교회를 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준비하는 법인 이름을 ‘하나베터’로 짓자고 아들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도 그에게 아이보다 먼저 죽지 말자고 다짐한다. 장애아를 둔 엄마들의 공통된 소원이기도 하다. 그가 하나베터 사업을 해야만 하는 이유다.

“저를 연단시켜 오셨고 뜻을 이루실 날이 가깝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위에 조력자들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하나님이 그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역할을 감당하는 사업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광명=조용탁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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