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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젊어지는 당뇨병… 더 무섭고 더 오래간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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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40% 이상 당뇨거나 위험군
비만율 높아진 2030 중심 증가세
사회활동 왕성한 40대에 합병증
시력상실·투석 등으로 더 고생
가족력 있거나 과체중땐 관리 필요
 
당뇨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공개한 '2021팩트시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만 19세 이상 7명 중 1명(유병률 13.9%), 30세 이상 6명 중 1명(16.7%), 65세 이상은 10명 중 3명(30.1%)이 당뇨병을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 30세 이상 당뇨 유병자는 약 605만명으로, 2010년(320만명)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주목할 점은 예측을 뛰어넘는 증가 속도다. 학회가 2012년 첫 팩트시트(2010년 기준) 발표 때 추정한 당뇨병 인구는 2050년 591만명이었다. 그런데 30년이나 이른 2020년에 당초 예상 인구를 훌쩍 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당뇨 전단계에 해당되는 인구도 1583만명에 달해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의 40%가 넘는 2000만명 이상이 현재 당뇨병이거나 위험군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학회는 최근 국회에서 개최된 세계 당뇨병의 날 정책포럼에서 이를 두고 ‘2차 당뇨대란’으로 규정했다. 학회는 “2000년대 초반 보릿고개 세대의 영양과잉으로 50~70대 당뇨 환자가 급증했던 시기를 ‘1차 대란’으로 본다면 비만과 고령화 등 영향으로 젊은층부터 고령층까지 폭넓게 당뇨 환자가 급증하는 지금의 상황을 ‘2차 대란’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시급한 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20·30대, 이른바 MZ세대의 당뇨병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아주대병원 김대중 교수팀이 2006~2015년 국민건강보험 표본 코호트(동일집단)를 분석해 올해 1월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논문을 보면 20·30대 1000명 당 당뇨병 발생률은 2006년 1.3명에서 2015년 1.7명으로 늘어났다.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40대 이상에선 생활습관 개선 등 사회 전반적 노력 덕분에 당뇨병 발생률이 소폭 감소한 것에 비하면 의미있는 변화로 해석된다.

40세 미만 당뇨병 증가의 가장 큰 이유로 비만이 지목된다. 당뇨병은 1형과 2형으로 구분되는데, 젊은 성인에서 생기는 것은 2형에 해당한다. 몸속 지방세포가 많거나 크면 혈당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혈액 내 포도당 농도가 높아진다.

김 교수팀에 따르면 20·30대의 당뇨병 진단 시 비만 동반율은 2006년 51.4%에서 2015년 72.4%로 크게 늘었다. 특히 2단계 비만(BMI 30~34.9) 비율은 같은 기간 11.2%에서 20.4%로, 3단계 비만(BMI 35 이상)은 0%에서 10.2%로 급증했다. BMI(체질량지수)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값인데, 아시아·태평양 기준 25 이상일 때 비만에 해당된다.

연구팀은 “활동량 부족, 불규칙한 식생활,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 선호, 스트레스 등이 젊은층에서 비만을 유발하고 결국 당뇨병을 불러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 당뇨병이 우려되는 점은 예후가 더 불량하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MZ세대의 당뇨병을 불길한 동행”이라고 표현했다. 우선 당뇨병에 대한 인식이 낮아 치료에 소극적이다.

고려대안암병원 김남훈 교수팀의 지난해 대한내과학회지 발표 논문을 보면 당뇨병 진단 1년 내 병원 방문율(2017년 기준)의 경우 40대 이상이 30~45%수준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20대는 10%, 30대는 20% 안팎으로 더 낮았다. 여기에 20·30대 당뇨병의 최대 위험요인인 비만 지표는 악화했다. BMI는 2007년 25.6±4.2에서 2017년 28.1±5.2로, 허리둘레도 같은 기간 85.0±10.9㎝에서 91±16.0㎝로 다른 세대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젊을 때 당뇨병에 걸리면 눈 콩팥 다리 심혈관 등 합병증 관리에 더 철저해야 한다. 대개 당뇨병이 생기고 20년 정도 지나면 합병증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평균 수명이 83.5세(2020년 기준)인 시대에 40대부터 당뇨가 발생해 20년 뒤인 60대에 합병증이 생기는 것과 20대에 당뇨에 걸려 40대에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것은 차이가 아주 크다. 사회활동이 왕성한 시기에 시력 상실(당뇨망막증), 투석(만성신부전), 당뇨발(족부궤양) 절단 등을 겪을 수 있다.

당뇨병학회 문준성(영남대병원 교수) 총무이사는 5일 “지난해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발표 연구에 의하면 젊은 성인기에 2형 당뇨병 발병 시 미세혈관 등 합병증 위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고 고혈당과 고혈압, 고지혈증을 동반한 이들에서 더 흔했다”고 지적했다.

20·30대 당뇨병은 가족력이 높아 부모, 형제에게 많은 것도 특징이다. 소아때 비만하면 자라서 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어릴적부터 비만 관리에 부모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하거나 술·담배를 하거나 생활이 불규칙하다면 평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학회는 젊은 당뇨환자의 증가세에 따라 현재 ‘40세 이상이거나 30세 이상이면서 당뇨 위험인자(BMI 23 이상 과체중, 직계 가족력, 고혈압 등 9가지)가 있는 경우’에 권고한 2형 당뇨병 선별진료 지침을 ‘35세 이상이거나 20세 이상이면서 당뇨 위험인자(기존 9가지에 허리둘레 남자 90㎝, 여자 85㎝ 이상 복부비만 새로 추가)가 있는 경우’로 변경키로 했다. 아울러 당뇨 고위험군 추적을 위해 국가건강검진에 공복혈당 검사 외에 당화혈색소(3개월 평균 혈당) 항목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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