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여성 장로 많아지니 남성 중심 가부장 분위기 사라지고 교회 젊어져

박요셉(앞줄 오른쪽 네 번째) 좋은교회 목사가 최근 시무 교회 부목사와 장로 등 교회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교회는 당회원 가운데 여성 장로의 비율이 70%가 넘는다. 좋은교회 제공
 
교회학교 학생들의 활동 모습. 좋은교회 제공


‘72.7%’.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 좋은교회(박요셉 목사)의 여성 장로 비율이다. 이 교회 장로는 11명으로 이 가운데 8명이 여성이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장로 성비다. 일반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비중이 이와는 정반대다. 사실 11명의 장로 중 3명이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한국 상황에서는 ‘여성 장로가 많은 편’이라는 평가가 나올 법하다.
 
“장로는 전도·양육에 힘쓴 이들로”

여성 리더들을 다수 세울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28일 교회 카페에서 만난 박요셉(65) 목사는 “전도와 양육에 힘쓴 교인들에게 장로 후보가 될 기회를 줬을 뿐 특별한 건 없었다”고 밝혔다. ‘전도 실적 순’으로 장로를 세웠다는 말이었다. 물론 박 목사의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여성 리더십 도입의 출발은 2000년 도입한 ‘셀 제도’였다. 전도와 봉사가 강점인 셀 제도는 좋은교회를 역동적인 교회로, 더불어 살아있는 교인 공동체로 탈바꿈시켰다. 셀은 교인들을 소그룹으로 묶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구역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열매를 맺었다.

셀 도입 초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1997년 설립한 교회는 셀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박 목사는 설교와 양육으로 변화의 당위성을 꾸준히 설명했고 교인들도 하나둘 따랐다. 이 기간 박 목사는 교인들에게 소그룹이 살아야 교회가 건강해진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교회론을 반복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좋은교회는 6~7명의 교인을 전도한 교인을 ‘리더’로 임명하고 이들을 하나의 셀로 규정했다. 이런 셀이 3개로 늘어나면 ‘OO지역’으로 부르며 리더는 ‘지역장’이 된다. 지역을 또 다시 2개로 늘리면 교구가 되고 이 조직의 리더는 ‘교구장’이 된다. 셀의 숫자를 늘릴 때마다 ‘리더-지역장-교구장’으로 역할을 확대하는 시스템을 통해 교회의 성장을 견인했다.

이와 동시에 ‘교회 내규’를 개정해 ‘교구장’이 되면 자동으로 장로 후보가 되도록 했다. 여기에 여성 장로가 많아진 비결이 담겨 있다.
 
‘가부장’ 분위기 NO, 코로나에도 부흥

꾸준히 전도하고 이들을 양육한 여성들이 교구장을 싹쓸이 하며 장로 후보가 됐다. 교구장으로 활동하며 최소 40명을 웃도는 교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은 여성 교구장들은 별다른 선거 운동 없이도 장로 선거에서 많은 표를 얻었다. 성실한 교인에게 장로가 될 기회를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장로가 늘어난 것이었다.

박 목사는 “이런 내규를 통해 교회 안에서 검증된 교인들이 장로 후보가 될 수 있었고 여성 장로 선출로 이어졌다”며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제도로 교인들의 평가가 무척 좋다”고 말했다.

여성 교구장이 압도적으로 많은 걸 고려해 남성 교인을 위한 예외 조항도 마련했다. 남성은 구역장만 되더라도 장로 후보로 나올 수 있도록 했다. 특혜라고도 볼 수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박 목사는 “남성에게 특권을 줬다는 지적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면서 “봉사한 경력도 짧고 아는 교인도 많지 않은 남성들이 본 투표에서 많은 표를 얻는 게 쉽질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여성보다 쉽게 장로 후보 자격을 얻은 남성들도 평소에 교회 봉사와 전도를 꾸준히 하지 않았다면 장로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선거 운동을 통해 표를 얻을 수 없는 건강한 선거 문화가 뿌리내린 셈이다. 적지 않은 교회가 장로 선거 운동 과열로 진통을 겪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여성 리더가 늘자 교회는 젊어지기 시작했다. 20~40대 교인이 늘고 이들의 자녀가 교회에 나오며 교회학교까지 성장했다. 박 목사는 “교회에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분위기가 사라지자 주변 아파트의 젊은 주민들이 코로나 기간에도 꾸준히 등록했다”면서 “20~40대 교인이 전체 8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교회”라고 설명했다.
 
“건강한 소그룹이 성장 견인”

여성 리더십의 가장 큰 장점을 ‘엄마와 같은 친근함’으로 꼽았다. 그는 “엄마의 품 같은 푸근한 영성이 교회 안에 있다”면서 “따뜻하고 둥글둥글하며 섬세해졌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고 반색했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 중에도 교회 성장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엔데믹이 시작되면서 교회에는 주일마다 1900명을 웃도는 교인이 출석하고 있다.

박 목사는 “교세가 감소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교회에 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제도를 고수하기보다 전통적인 교회들도 여성 리더십을 세우기 위한 변화를 시도해보라”면서 “전도와 봉사에서 검증된 교인, 그것도 여성들을 리더로 세운 뒤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건 분명한 결실”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소그룹을 키운 게 우리 교회가 여성 리더를 세우고 성장을 이끈 핵심이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40대 장로’ 배출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있는데, 이를 위해 청년·대학부 소그룹 활성화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흥=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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