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유이상 (7) 아내는 가치관이나 생활양식 잘 통하는 최고의 동반자

1978년 10월 서울 종로 YMCA 강당에서 부부의 연을 맺은 유이상 풍년그린텍 대표의 결혼식 기념 사진.


젊은 시절부터 어떤 반려자를 만나는 게 가족의 화목에 도움이 될지를 많이 생각했다. 누구든 머리로는 화목하게 살겠다고 생각하지만, 사고방식이나 삶의 방향이 다르면 실제 행동은 생각과 다를 수 있다. 나쁜 사람이라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아내는 가치관이나 생활양식 등에 대해 따로 이해를 구하거나 장황한 설명이 필요치 않은 사람이었다. 그냥 통했다.

1976년은 대한민국이 생산한 최초의 승용차 ‘포니(pony)’가 출시된 역사적인 해다. 이 ‘조랑말’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6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고유 모델의 자동차를 만드는 국가가 됐다. 포니가 대한민국 사람들을 설레게 하며 도로를 달렸듯 나 역시 인생길을 함께 달릴 운명의 조랑말을 만나게 됐다.

아내를 처음 만난 건 1975년, 대학 4학년이던 해였다. 이종 동생은 나와 생각이 잘 맞을 거라면서 자기 친구를 소개해 줬고 그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우리 둘은 결혼 전 만 2년여를 연애하면서 1년에 300여일을 만났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의 매일 만난 셈이다. 보통의 연인들처럼 다방에서 차를 마시거나 술집에서 술잔을 나누진 않았다. 대신 만날 때마다 꽤 오랜 시간을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당시 나는 마포에 살았고 아내는 마포에 있는 직장에 다녔다. 우리는 마포에서 만나 마포대교를 건너 아내가 살던 구로동 쪽으로 걸으며 하염없이 대화의 행복을 누렸다. 아내는 너무 많이 걸어서 구두 굽을 수없이 갈았다고 연애 시절을 추억하곤 한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가끔 돼지고기 연탄구이 집에 가서 수다 떨며 고기 한 점을 주고받는 게 소박한 행복이었다. 그야말로 가식 없이 서로 진실한 태도를 향한 시선이 꽂혔던 연애 과정을 지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그 시절을 회상하며 서로를 인정하곤 한다. 시쳇말로 뜨겁게 사랑을 나눴다기보다는 서로의 삶의 방식을 마음에 들어 했고 인생이란 경주를 함께 손잡고 달려갈 반려자로 안성맞춤이라고 말이다.

젊어서부터 견지했던 생각 중 하나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인정받는 게 진정한 성공’이란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아니다. 가장 가까이 머무는 사람이 나를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아내는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남편은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게 똑같은 사람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도 그랬다. 한 마디라도 약조한 것은 반드시 지키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와 내 앞에서 하는 행동이 한결같다. 술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았거니와 늘 착실함을 엿보였다.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가 확실한 사람이어서 믿음이 갔다.”

과분하게 감사한 평가다. 내게 가장 가까운 편에 서 있는 이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하나님께서 주신 큰 축복이다. 그렇게 선하고 야무지며 소박한 품성을 소유한 아내와 1978년 10월 7일 종로에 있는 YMCA 강당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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