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학, 서구의 것 흉내만 내선 안돼… 한국적 경험 담은 결과물 적극 창출해야”

마원석 미국 오럴로버츠대 신학대학장이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의 흐름과 변화를 읽고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장진현 포토그래퍼


한국교회가 배출한 신학자 중 마원석(72) 박사만큼 세계 교회 현장에서 다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도 드물다. 마 박사는 현재 미국 오럴로버츠대 신학대학장 및 글로벌기독교학 특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풀러신학교에서 구약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필리핀 선교사, 필리핀 아태신학대학원 부학장, 영국 옥스퍼드선교대학원(OCMS) 원장 등을 역임했다. 가는 곳마다 한국교회 영성을 바탕으로 조직에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해외에서 40년 이상 머물며 세계 교회와 함께해 온 그는 한국교회가 글로벌 기독교의 흐름 속에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글로벌 기독교의 특징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오순절 교단의 세계적 성장과 비서구 교회의 기독교 중심성 등이다. 그는 “세계 기독교는 현재 로마가톨릭, 정교회, 역사적 개신교(루터교 성공회), 복음주의, 오순절, 독립교단 등 여섯 개의 블록으로 구분하는데 이 중 오순절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왜 오순절이 계속 성장하는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0년 동안 세계 기독교는 북반구 중심이었다가 남반구로 그 중심이 이동했다. 마 박사는 “지난 1세기 동안 아프리카 기독교는 42배 성장했다. 세계 기독교의 중심은 80년대 초부터 남반구로 기울기 시작해 지금은 비서구 기독교가 전체 기독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교회가 세계 교회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80년대 초 기독교의 중심이 비서구로 이동할 때 한국교회는 그 선두에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교회 성장이나 선교 운동의 발현, 이에 따른 리더십을 당시 한국교회가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기독교 신학의 형성에 있어서도 기존의 서구 신학이 계몽주의에 기반을 뒀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적극 나설 것을 당부했다.

마 박사는 “중요한 것은 서구의 신학을 한국교회가 그저 앵무새처럼 흉내만 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저 모방하도록 부르시지 않았다”며 “한국적 경험과 이해를 담은 신학적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세계 교회는 지금 한국뿐 아니라 비서구권 교회의 다양한 저작과 연구 성과에 목말라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신학교들이 목회자를 양성할 때 단순히 국내 교회를 위한 목회자 배출에만 만족하지 말고 세계를 품을 것을 주문했다. 교회는 있어도 목회자가 없는 나라에 목회자를 파송하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신학교들이 목회학 석사 과정을 진행할 때 세계 어디에서도 사역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며 “우리가 세계를 품으면 신학교가 많은 게 아니다. 영국 나이지리아 필리핀 일본 등에는 목회자 없는 교회가 많다”고 했다. 또 “2033년까지 전 세계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세계 교회가 모든 역량을 쏟으려 하고 있다. 한국교회도 복음 전파에 힘쓰자”고 덧붙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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