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40·끝) 내 삶은 아름다운 도전… ‘반복과 인내’의 증거 나타나길

여성지 퀸(Queen)의 창간호(1990년) 표지모델이었던 서정희씨가 30년 만에 2020년 7월호 퀸 표지모델로 다시 섰다. 그동안 서씨는 주부에서 싱글로 돌아왔지만 자신의 삶과 신앙에 열정을 가진, 도전 인생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 국민일보 연재 ‘역경의 열매’를 시작했다. 아브라함처럼 순종했고 갈 바를 모르고 시작했다. 그런데 이 연재가 벌써 마지막 회를 맞았다.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갈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며.”(히 11:8)

거룩한 부담감으로 버겁기도 했다. 두 달여의 여정에 함께 해주신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린다.

성령님의 인도하심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을 화수분처럼 쏟아냈다.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은 걸 보니 시즌2를 준비해야겠다. 독자 여러분의 격려와 칭찬, 다독임과 때론 채찍질 모두 큰 위로가 됐다. 눈을 감고 있어도 계속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가로 살아온 40년 동안 연 평균 3권 이상 책을 썼다.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6시간 가까이 글을 쓴다고 한다. 나도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새벽기도하고 아침을 먹고 약 먹고 묵상하고 글을 써왔다.

하루키는 계속되는 반복과 장기간 고독한 작업을 버텨내는 강인한 인내력을 ‘소설가의 자격’이라고 설명했다. 맞는 것 같다. 나의 삶 역시 ‘반복과 인내’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견디는 것이고, 계속 반복하는 것들이었으니까. 참고 견디는 인내의 증거가 나타나길 기도했다.

내게 ‘나중’은 없는 단어다. 나중에 하기로 한 것치고 제대로 마무리한 일이 없다. 아니 아예 시도를 못하고 지나치기 일쑤다. 그래서 나중을 염두에 두고 하는 일은 없다. 마음을 먹으면 바로 행동한다.

사실 엄청 게으른 편이다. 미루고 싶은 일투성이다. 그럴 때마다 하기 싫은 일부터 처리한다. 새벽부터 낮 12시까지 일하고, 이후는 안 해도 되는 일을 한다. 집에만 있을 때도 직장인이라 생각하고 퇴근시간까지 일한다. 이 글을 쓰는 것도 근무 중에 하는 일이다.

“천재적인 자질이나 명석한 두뇌가 소설을 쓰게 하지는 않는다.” 하루키의 말이다.

난 천재가 아니고 명석한 두뇌도 없다. 늘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뿐이다. 내가 말하는 반복의 중요성이다. 그 시간에 앉아 글을 쓰는 습관이 소설가가 된 것이라면, 나 역시 반복적으로 기도하고 기록하고 책을 쓰고 있으니 무엇이 되긴 될 듯하다.

TV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나가 가수 이선희의 ‘인연’을 부른 적이 있다. 이 때도 가사를 외우려 백번은 반복해 부른 것 같다. 쉽게 되는 일은 역시 없는 것 같다.

내 나이 이제 예순하나. 적지 않은 나이다. 누군가는 이미 다 이룬 나이이고, 누군가는 쉬어가는 나이일 것이다. 나 서정희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오늘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 책상머리에 앉아 있다.

오전 7시. 어김없이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출근준비를 하고 나설 것이다. 식탁에서 도면을 꺼내놓고 ‘집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오늘은 새 집으로 들어갈 물건의 치수를 재야겠다. 건강한 모습으로 독자들과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많이 고맙습니다.”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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