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네옴시티



상상해 보자. 끝도 없이 펼쳐진 아득한 사막과 협곡, 산악지대를 지나 바다(홍해)에 이르는 광활한 자연. 그곳에 높이 500m의 수직 직선 도시가 서 있다. 폭 200m, 길이 170㎞다. 서울 롯데월드타워(555m)만한 높이의 빌딩이 서울부터 강릉까지 일직선으로 서 있는 셈이다. 이 안에 사람이 산다. 고속철도와 지하철이 있고,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사무실 학교 병원 공원 문화시설 등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교통수단 등 모든 신기술이 집약된 친환경 도시다.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다. ‘네옴’은 고대 그리스어와 아랍어의 조합으로 ‘새로운 미래’라는 뜻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약 5000억 달러(약 700조원). 석유에 의존해온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프로젝트다. 2016년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를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실제로 구현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 시작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 사우디 북서부의 타북주 네옴시티 터널 공사장에서 첫 발파 굉음이 울렸다. 사우디의 미래 100년을 이끌 대역사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도 참여했다. 네옴시티로 지정된 구역은 2만6500㎢ 부지(서울 면적의 44배)로 직선 도시 ‘더 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로 이뤄진다. 트로제나에서는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사우디 천도 수준의 프로젝트에 글로벌 수주 총력전이 치열하다. 우리 기업들도 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기업을 이끌고 네옴시티 현장을 찾았다. 다음 주에는 빈 살만 왕세자가 투자처 발굴 차 방한한다.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첨단 스타트업까지 우리에겐 큰 기회다. 1970~80년대 중동 건설 현장을 누볐던 한국이 이번엔 첨단 기술을 앞세워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길 기대한다.

한승주 논설위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