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37) 엄마 품 같은 침대 안… 주님과 대화하며 행복 꿈꿔

방송인 서정희씨는 모든 것이 나름 존재 이유가 있다고 간증했다. 자신의 오피스텔 에서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서씨.


오피스텔 방으로 이사했다. 침대가 방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옷가지를 벗어 재빨리 세탁 바구니에 넣고 씻을 동안 전기담요를 켠다. 씻고 나와 잠옷을 갈아입고 바로 따뜻하게 데워진 침대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아~ 따뜻해.”

나이가 들면서 생긴 버릇이 하나 있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짬을 내 침대 속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예전엔 낮잠은 그저 게으른 자의 습관이라고 생각했다. 졸리지만 잠을 청하지 않았다. 한동안 두려웠다. 가슴이 두근거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10여 년을 수면제에 의존했다. 그래서 단잠을 달라고 기도했다.

“네가 누울 때에 두려워하지 아니하겠고 네가 누운즉 네 잠이 달리로다.”(잠 3:24)

2년 전 어느 날 밤 단잠을 잤다. 이게 몇 년 만인가 싶었다. 그 뒤 수면제를 끊었다. 지금은 오히려 암 투병 중에도 그야말로 단잠을 자고 있다.

요즘은 잠시라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낮잠을 청한다. 모든 것을 차단하고 고요한 침묵 속에서 기도한다.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쓸데없이 구했던 것들을 비워낸다. 한가한 오후를 주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좋다. 휴식이 좋다. 잔잔한 바람이 천사의 손길 같다.

“로뎀나무 아래에 누워 자더니 천사가 그를 어루만지며….”(열상 19:5)

모든 것은 나름 존재 이유가 있다. 나 역시 건강을 다시 회복하게 해주신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침대 안에서 깨닫는다. 내게는 침묵 기도의 시간과 공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인내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새로운 말씀이 샘솟는 것도 바로 이 시간이다.

프랑스의 제품 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책상은 필요치 않다. 다만 꿈을 꿀 수 있는 침대가 필요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말씀을 샘솟게 만든 그 침대 속 비밀의 공간에서 나는 꿈꾸는 자가 된다.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려 보내실 때에 우리는 꿈꾸는 것 같았도다.”(시 126:1)

침대 속에서 언제 고민이 있었나 싶게 깊이 잠이 들곤 한다. 아이 같은 마음으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괴롭게도 안 하기로 했다. 돌이켜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힘들 때마다 침대 속으로 들어가 쉬곤 한다. 이불을 덮고 소리 내어 운다. 기쁠 때도 ‘야호’하고 소리 지른다. 세상 모든 이에게 침대는 언제든 뛰어들면 포근하게 품어주는 엄마 같은 공간일 것이다.

현재 직장 근처에 엄마와 내가 들어가 살 집을 수리하고 있다.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고 새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나의 침실’이라고 방문에 써 붙일 것이다. 침대 옆 테이블 위에는 성경책을 놓겠다. 수시로 하나님 말씀을 펼쳐볼 수 있게 말이다.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찻잔을 예쁘게 놓을 것이다.

주님 품 속처럼 따뜻한 침대를 만들고 싶다. 시끄러운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곳, 행복하다고 다시 마음먹게 해주는 곳, 항상 꿈꾸는 곳, 그곳은 바로 주님 품 안이다.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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