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시간 들여 재정 개혁한다면 교회 건강성·부흥 기대할 수 있어”

서울 창동염광교회 교인들이 최근 서울 도봉구 창동 교회에서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예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창동염광교회 제공


서울 도봉구 창동염광교회(황성은 목사)가 ‘투명한 재정 운영’을 목표로 개혁에 나선 건 2009년의 일이었다. 황성은(60) 목사가 부임한 직후였다.

마침 교계에서는 ‘건강한 교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때였다. 목회자 납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적지 않았다. 부임 당시 40대 중반이었던 황 목사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게 건강한 교회를 향한 지름길이라고 확신했다. 교회 성장도 여기에 달렸다고 봤다.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출신인 그는 미국 프린스턴연합교회와 제주성안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한 뒤 창동염광교회에 부임했다.
 
자체 회계 전산시스템까지 구축

황 목사는 당회원들과 논의한 뒤 기존의 ‘단식부기’ 대신 ‘복식부기’를 도입했다. 단식부기는 용돈 기입장이나 가계부를 작성하는 방법을 떠올리면 된다. 회계 장부에 수입(헌금)과 지출 항목만 존재하는 초보적 장부 기록법이다. 복식부기는 거래 원인이 되는 과정과 결과를 동시에 적는다. 하나의 거래를 둘로 나눠 적기 위해 장부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뉜다.

교회가 복식부기를 도입하면 헌금·지출 예산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회계상 오류를 검증할 수 있고 재정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을 의무화하는 정부의 요청에도 쉽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2일 교회 카페에서 만난 황 목사는 “현재는 많은 교회가 복식부기를 하고 있지만, 당시엔 교회가 도입하기에는 복잡하고 불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감이 컸다”면서 “하지만 이를 과감하게 도입해 안착시킨 뒤 2년에 걸쳐 자체 회계 전산화 시스템 구축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발적 목회자 납세·외부 회계감사도

비슷한 시기 ‘목회자 납세’도 큰 관심사였다. 현재는 종교인 납세가 시행됐지만, 당시에는 종교인에게 과세 의무가 없었고 목회자 자유의지에 따라 납세를 결정했다.

종교인 납세를 두고 교계에서는 논란이 컸다. 2013년 창동염광교회는 자발적으로 목회자 납세를 결정했다. 더욱이 교인 5000명 이상 대형교회가 자발적 납세를 택한 건 흔치 않은 사례로 꼽혔다. 창동염광교회의 현재 교세는 8000명을 웃돈다.

황 목사는 “목회자 세금 납부는 선악의 문제도, 본질과 비본질의 문제도 아니다”면서 “하지만 목회자가 솔선수범해 세금을 낸다면 오히려 복음을 잘 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 어렵지 않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납세를 피할 수 없다면 미리 내자는 취지였다고 했다. 이때부터 이 교회 목회자들은 ‘근로소득세’를 내기 시작했다.

교회는 한 걸음 더 나갔다. 외부 회계법인을 통한 회계 감사를 두 차례나 받은 것이었다. 교회는 2016·2017년 가립회계법인을 통해 연속 회계감사를 받았다. 큰 비용이 들었던 두 차례의 외부 회계감사를 통해 교회에 재정 문제가 없다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했다.

황 목사는 “외부 회계감사는 교인들 사이에 ‘우리 교회에는 재정 문제가 없다’는 확신과 자부심을 심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두 번째 회계 감사 후 높은 비용으로 3년마다 감사를 받기로 했지만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발이 묶였다. 교회는 세 번째 외부 회계감사 시행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굳이 필요하겠냐는 여론이 많다고 한다.

이미 두 차례나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고 10년 가까이 매주 재정 현황이 교인들에게 공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용한 재정개혁’이 준 선물

황 목사는 “재정 개혁과 같은 큰 과제를 단기간에 진행할 경우 교회 공동체에 깊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면서 “개혁은 긴 시간이 걸리고 여러 단계를 밟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 밖으로 소문이 나지 않도록 노력했었다”면서 “소문이 나면 개혁의 기치를 내건 교회 구성원들이 흔들릴 수도 있어 함구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목회자들이 세금을 낸다는 건 교인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알음알음 알게 됐고 교인들도 좋게 봐 주셨다”고 했다.

교회의 ‘조용한 개혁’은 지역사회에서 사랑받는 교회라는 보상으로 돌아왔다.

교회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앤컴리서치(대표 지용근)를 통해 ‘교인·지역사회 인식조사’를 한 뒤 지난달 30일 발표회를 했다. 조사기관은 교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서 도봉구민 200명을 대상으로 별도의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 ‘도봉구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교회’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17.0%가 창동염광교회를 지목했다. 여타 교회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또 주민들은 창동염광교회를 ‘규모가 커서(37.0%)’ 알고 있다고 답한 동시에 ‘지역 사회 봉사를 잘해서(18.5%)’ 안다고 답했다. 황 목사는 “이제 막 담임목회를 시작하는 후배 목회자들도 재정 문제 개혁을 목표로 두고 긴 시간 노력한다면 교회 건강성과 부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