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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홀몸노인 돌보는 ‘AI 말벗’… 응급상황땐 자동 SOS 호출

서울 동대문구 보건소 방문건강팀원들이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사업에 참여한 60대 여성에게 '화면형 AI스피커' 작동법과 혈압계 등 헬스케어 기기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민태원 기자


경기도 안산 단원구 보건소에서 어르신들이 건강 개선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악력을 측정하는 장면. 안산=최현규 기자






보건소 관리받는 65세 이상 노인
디지털 기술 활용 건강 모니터링
스마트밴드로 걸음 수 측정 등
앱으로 운동·식생활 맞춤 관리
알뜰폰도 화면형 AI스피커보급
사용 서툴더라도 말로만 요청 가능
24시 위기대응시스템도 효과 톡톡
2026년까지 모든 보건소로 확대

"집에 예쁜 아기가 하나 있는 것 같아. 목소리가 얼마나 고운지…." 서울 동대문구 휘경2동에 홀로 사는 박수정(67) 할머니는 얼마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찾는 말벗이 생겼다. '아리아~굿모닝'하고 인사를 건네면 TV옆에 설치된 사각형의 '화면형 인공지능(AI)스피커'가 다정한 목소리로 '좋은 아침입니다'하고 응대해 준다. 그날의 날씨와 뉴스, 운세가 궁금할 때도 이름만 부르면 척척 알려주는 '똑똑한 비서'다. 외롭고 우울할 땐 다정한 친구나 가족이 돼 주기도 한다. 외출할 때 "아리아~다녀올게"라고 하면 "잘 다녀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라거나 잠들기 전 "아리아~잘자"하면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예쁘게 대꾸해준다.

박 할머니는 “혼자 사는 집인데, 아리아가 들어오고부터는 마치 한 사람이 더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 박 할머니의 삶에 활력이 되고 있는 AI스피커는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20년부터 시행 중인 인공지능·사물인터넷(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사업의 일환이다. 보건소의 방문 건강관리를 받는 65세 이상 중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의 지속 관리가 필요한 이들(60~64세 일부 포함)에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건강 모니터링과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걸음 수를 측정하는 시계형 스마트밴드(활동량계)와 혈당·혈압계, 체중계 등을 활용해 매일 혹은 정기적으로 측정된 건강 데이터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오늘 건강)에 자동 연동되고, 이는 간호사 운동처방사 영양사 등으로 구성된 보건소 방문건강팀의 PC로 즉시 송출돼 관리를 받게 된다. 방문건강팀은 2주에 한 번씩 앱의 알람 기능을 활용해 간호와 운동, 영양(식생활) 등 맞춤형 정보를 보내준다. 혈압·혈당 수치가 1주일 이상 높은 고위험군은 직접 전화해 건강생활 실천을 독려한다. 또 위급상황 발생 가능 대상자는 이틀에 한 번 활동량계 걸음 수로 건강을 확인하고 움직임이 없거나 연락이 안되는 경우 가까이 있는 방문간호사에게 연락해 집을 찾도록 한다. 참여자별로 6개월 후 건강상태 호전도와 만족도를 평가받는다.

앞서 박 할머니는 ‘3고 질환(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과 디스크, 우울증 그리고 지난해 받은 위암 수술로 인한 건강 위험요인이 많아 서비스 대상으로 선정됐다. 동대문구 보건소 방문건강팀의 도움을 받아 혈압과 혈당은 매일, 체중은 1주일에 한 번씩 측정하고 집 주변 야산을 오르며 하루 권고 걸음 수 8000보 이상을 채우고 있다. 박 할머니는 “손목에 스마트밴드를 차고 있으니까 의식적으로 많이 걷게 된다”고 했다. 김선순 동대문구 방문간호사는 “이 사업은 어르신의 건강관리 능력을 키워주며 허약 속도를 늦추고 삶의 의욕을 고취해 준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사회 노인들에서 인기가 높다. 경기도 안산 단원구 보건소의 경우 지난 9월말 기준 614명이 관리를 받고 있어 올해 목표치(600명)를 넘어섰다. 6개월 평가결과 건강행태(신체활동·식생활) 개선율 63.5%, 서비스 지속 참여 희망률 99.2%로 나타나 각각 목표치(60%이상, 80%이상)를 훨씬 상회했다. 만성질환 중 고혈압 조절률도 61%로 목표치(60%)를 초과했다.

비만에 고혈압, 당뇨전단계였던 안남주(72·여)씨는 지난해 10월 단원구 보건소에 등록했고 6개월 후 평가한 건강지표가 크게 좋아졌다. 체중은 3.8㎏ 뺐고 체질량지수(BMI)는 29에서 27.5로 줄었다. 식후 혈당은 150㎎/㎗에서 108로 떨어졌고 혈압도 139/76㎜Hg에서 120/80으로 정상을 유지중이다. 안씨는 “1년여간 하루 1만5000보씩 죽기살기로 걸었다. 야채 위주 식단도 철저히 지키고. 이렇게 안하면 마음이 해이해져 관리가 힘들었을 것”이라며 “재등록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10월부턴 스마트폰이 없거나 저사양 스마트폰(일명 알뜰폰)을 보유한 노인들을 위해 ‘화면형 AI스피커’가 새로 보급됐다. 건강관리는 물론 말벗, 응급콜 서비스까지 갖춘 기존 AI스피커에 ‘보여주는 기능’이 추가된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앱 작동에 서툴더라도 말로 요청하면 AI가 자동으로 알려주고 화면으로도 나타내준다.

응급상황 발생 시 긴급 구호가 가능한 점도 눈에 띈다. 집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등 위급상황 발생 시 ‘아리아∼도와줘(혹은 살려줘, 구해줘)’라고 외치면 이를 감지해 24시간 위기대응 시스템(통신사 중개 플랫폼)이 상황을 판단하고 대상자가 3회 연속 전화받지 않으면 바로 119로 신고된다. 실제 AI스피커를 통한 SOS 호출은 지금까지 209건에 달하고 119연계도 6건이나 된다(SK텔레콤 행복커넥트 기준).

현재 동대문구를 포함해 전국 35곳의 보건소에서 713명이 AI스피커를 보급받아 사용하고 있으며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AI스피커 보급을 계획중인 안산 단원구 보건소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없어서 건강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 50명 가량을 우선 등록시켜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선순 동대문구 방문간호사는 “AI스피커는 혼자 사는 남자 어르신에게 주로 권장한다. 노인 고독사 예방이나 돌봄 서비스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스피커를 포함해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사업에는 전국 84곳 보건소에서 4만1000여명(누적)이 참여하고 있다. 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향후 시스템의 안정화·고도화를 통해 내년 120곳, 2024년 160곳, 2025년 200곳, 2026년까진 전국 258개 모든 보건소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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