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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라이프] 유통업계, 맛집 손잡기… 노포 1년 설득도 마다치 않았다

지역 맛집이나 유명 셰프와 협업한 ‘레스토랑간편식(RMR)’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위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식주점 ‘미로식당’의 전경이고, 아래는 국물떡볶이 밀키트. 캐비아 제공




위는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 자리한 맛집 ‘가메골손왕만두’의 간판. 아래는 이 식당의 맛을 구현한 냉동만두 ‘아임e 가메골 왕만두’ 3종. 이마트24 제공




위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 ‘레스쁘아 뒤 이부’의 내부 모습이다. 아래는 이 레스토랑과 손을 잡고 1년6개월을 거쳐 개발한 어니언스프 밀키트. 캐비아 제공




서울 마포구 와우산 구석에 자리한 한식주점 미로식당. 미식가 사이에서 ‘떡볶이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지만, 메뉴판에는 떡볶이가 없다. ‘홍대 박장금’이라 불리는 사장이 가끔 단골에게 만들어주는 ‘히든 메뉴’다. 단골손님이 아니더라도, 와우산 오르막길을 오르지 않고도 미로식당의 떡볶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미식 큐레이션 플랫폼 ‘캐비아’에서 미로식당의 사장을 설득해 밀키트로 출시했다. 미로식당의 국물떡볶이 밀키트는 출시 1년반 만에 100만개 판매라는 성과를 거뒀다.

지역 맛집이나 유명 셰프의 음식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간편식(RMR)’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급성장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브랜드 경쟁으로 불이 옮겨붙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캐비아에서 확보한 미식 지식재산권(IP)은 미슐랭 레스토랑부터 파인다이닝, 노포 식당에 이르기까지 150개에 이른다. 을지로보석, 안동국시, 모퉁이우, 능라도, 동백섬횟집 등 기존 간편식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곳도 눈에 띈다. 캐비아 관계자는 “기존 가정간편식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유명한 셰프나 레스토랑과의 협업으로 탄생하는 레스토랑간편식 제품의 출시가 늘고 있다. 이제는 누가 더 특별한 셰프, 더 유명한 레스토랑과 협업을 했는지가 우위 선점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는 다양한 지역 맛집을 발굴해 소비자에게 맛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딜리셔스 트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망원시장 맛집으로 유명한 ‘바삭마차’, 동대문 34년 노포 ‘송정식당’, 남대문 40년 전통 맛집 ‘가메골왕손만두’, 송파구 맛집 ‘케이트분식당’ 등과 손을 잡으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노포 맛집을 찾아 다니는 MZ세대 트렌드를 겨냥했다. 노포는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오랫동안 검증된 맛, 저렴한 가격 등의 이유로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라고 전했다.

특히 ‘딜리셔트 트립’의 하나로 선보인 ‘아임e 가메골 왕만두’는 냉동만두 상품군에서 ‘비비고왕교자’와 1, 2위를 다툴 정도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줄을 서서 먹는 맛집인 ‘가메골손왕만두’와 함께 만든 PB상품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곳의 단골 손님이던 상품기획자(MD)가 오래 기다리거나 멀리 가지 않고도 가까운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상품을 기획했다. 처음에는 편의점과 협업 상품을 선보이는 걸 꺼렸다. 1년여간 수십차례 방문해 사장을 설득한 끝에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레스토랑간편식의 핵심은 식당에서 먹는 맛을 집에서도 구현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일반적으로 가정간편식 제품은 개발까지 2개월 정도 걸린다. 레스토랑간편식은 협업하는 식당과 셰프가 만족할 때까지 개발을 진행하는 데 짧으면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한다. 캐비아에 따르면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 ‘레스쁘아 뒤 이부’의 어니언스프 제품은 개발에만 1년6개월이 걸렸다. 캐비아 관계자는 “매장과 같은 재료, 조리법을 그대로 구현하는 데 수만시간이 들어갔다. 임기학 셰프가 인정할 때까지 셀 수 없이 반복했다. 90% 이상 매장 퀄리티와 가까운 맛이 나왔을 때 비로소 출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역 맛집’ 문구가 붙은 제품은 더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들은 본인이 알고 있는 식당이나 직접 가지 못하지만 먹고 싶었던 식당의 제품을 찾는다”며 “유명한 맛집은 여러 업체가 경쟁적으로 협업을 제안하기도 한다. 식당의 대표 메뉴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맛볼 수 없는 메뉴로 차별화에 나서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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