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34) “그리스도의 향기 나는 믿음의 가정되게 해 주소서”

TV 예능 프로그램 ‘밥은 먹고 다니냐’에 출연한 서정희씨(왼쪽 세번째). 서씨는 이 방송에서 자신의 삶과 신앙의 향기를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매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의 독특한 향기가 느껴진다. 집에서도 그 집의 향기가 나기 마련이다. 집을 완성하는 마지막 터치는 바로 ‘공간의 향기’다. 엄마가 끓여주는 김치찌개 냄새, 된장찌개 냄새를 행복한 순간의 향기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어린 시절, 집 마당에 평상이 있었는데 그 위에 누워 있곤 했다. 코끝으로 전해오는 바람으로 살짝 졸기도 했다. 그 순간이 생각나면 나는 미소 짓게 된다.

집안으로 들어오면 좁은 마루가 있고 양쪽 미닫이문을 열 수 있었다. 유독 창문이 많아 다 열면 바람 때문에 집안 커튼이 뒤집어졌다. 읽던 만화책 책장이 마구 날리기도 했다.

맞바람이 불 때는 너무 추워 창문과 방문을 꼭꼭 닫았다. 함께 살던 외할머니는 늦가을부터 창문마다 비닐 뽁뽁이를 붙였다. 겨울내 따뜻한 공기가 새어 나갈까봐 창문을 열지 못하게 하셨다. 온돌 방바닥에서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탁한 공기로 답답했다.

결혼 후 새벽기도를 다녀오면 수건과 행주를 자주 삶았다. 성경을 읽으며 집안에 가득 퍼지는 빨래 삶는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았다. 부러울 것이 없었다.

하나님 은혜와 사랑으로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가정을 꿈꿨다.

“이는 여호와 앞에 향기로운 냄새니 곧 여호와께 드리는 화제니라.”(출 29:25)

좋은 향기는 기분을 좋게 만들고 열정을 자극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몸에 뿌리는 향수를 브랜드화한다. 요즘은 집 안의 향기나 공간의 향기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방안에 향기를 퍼지게 하는 인테리어 소품인 ‘디퓨저’가 불티나게 팔린다. 아로마 향이 인기다.

좋은 냄새는 자꾸 맡고 싶은 힘과 끌림을 지니고 있다. 빵집을 지날 때 구수한 빵 냄새가 ‘훅’하고 느껴진다. 과일 집을 지날 때 달콤한 과일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커피숍을 지날 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커피 향기처럼 말이다.

요즘 어린시절의 우리 집이 그립다. 내가 잠자던 이불냄새가 그립고, 작은 다락방의 꼬리꼬리한 메주 냄새가 그립다. 이런 냄새는 집으로 빨리 달려가게 만든다.

아이들을 키울 때 목욕을 씻기고 베이비 로션과 오일, 베이비 파우더를 바르곤 했다. 보송보송한 얼굴로 ‘쌕쌕’ 거리며 자는 아이 곁에 누워있으면 그 냄새가 너무 좋았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믿음의 가정을 만들려 애썼다. 그래야 행복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앙을 갖고 나서는 막달라 마리아처럼 예수님께 값진 나드향 옥합을 깨고 싶었다.

“한 여자가 매우 값진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옥합을 가지고 와서 그 옥합을 깨뜨려 예수의 머리에 부으니.”(막 14:3)

멋진 향유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노력했다. 인간은 살아있는 한 어떤 냄새나 향기가 나게 돼 있다. 우리 집에 오면 예수님의 향기가 많이 났으면 좋겠다.

“항상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시고 우리로 말미암아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라.”(고후 2:14)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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