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32) “100대 명산 찍어보리라” 가파른 산 오르며 건강관리

암 투병 중인 방송인 서정희는 등산을 하면서 영육간에 치유함과 자유를 느끼고 있다. 사진은 도봉산 정상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차를 운전하다 막힐 때 울컥하고 답답할 때가 있다. 차에 날개가 있어 훨훨 날아갔으면 하는 환상을 갖는다. 그런데 성경 시편을 보면 다윗도 힘들 때 비둘기를 보면서 날개가 있다면 날아가 편히 쉬고 싶다고 노래했다.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말하기를 만일 내게 비둘기 같이 날개가 있다면 날아가서 편히 쉬리로다 내가 멀리 날아가서 광야에 머무르리로다(셀라).”(시 55:6~7)

인생을 살다보면 힘들고 아픈 일이 많다. 그럴 때 크리스천이라면 기도를 해야 한다. 기도를 통해 아픔이 사라지고 어둠의 세력이 떠난다. 수시로 간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입으로는 사랑과 용서를 구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미워하고 정죄하기 때문이다.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죄를 회개해야 한다. 그래야 치유함과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세상은 여자를 부엌이나 침실에 가두어 왔으면서, 그 시야가 좁다고 나무란다. 날개를 잘라버리고 날아가라고 한다. 만일 여자에게 미래를 열어 준다면 그녀는 현재 속에 들어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한 말이다.

이 말이 떠오를 때마다 나의 삶이 떠오른다. 날개가 있는지 아니, 잘린 줄도 모른 채 집안에 스스로 갇혀 살았다. 이혼 후 잘린 날개가 보였다. 그동안 날개 없는 내 몸을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거울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데, 왜 나는 보지 못했던 걸까.

무엇보다 건강을 돌보지 않았다. 건강 검진도 잘 받지 않았다. 그 결과, 유방암에 걸렸다. 이제는 정말 운동해야지. 그래 운동해야지. 수도 없이 다그쳤지만, 그 세월을 그냥 보낸 것이다.

이제 암에 좋다는 여러 운동을 시도 중이다. 걷기와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이다. 요즘 산에 오르고 있다. 날개가 없어 비둘기처럼 날아오르지는 못하지만 가까운 도봉산, 청계산, 아차산, 하남시 검단산, 용마산을 다녀왔다. 친구들과 경남 합천군 가야산 정상도 올랐다. ‘100대 명산을 찍어 보리라’ 욕심도 부려본다.

산행은 힘들다. 가파르게 올라가고 숨을 몰아쉬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스틱을 찍으면서 무거운 다리를 옮긴다. 코끝에 살랑대는 맑은 공기가 좋다. 왜들 그리 산에 오르려는지 알 것 같다. 하마터면 모를 뻔한 등산의 맛을 알았다. 정상에 오르면 널찍한 돌을 찾고 작은 방석을 깔고 앉는다. 크게 심호흡하며 숨을 고른다. 추워질 때는 가져온 패딩을 덧입는다.

지퍼 백에 가져온 사과랑, 등산로에서 산 옥수수를 꺼내 먹는다. 그리고 텀블러에 담아온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마신다. 산새나 비둘기에게 부스러기를 나눠준다. 어디서 오는지 새들이 주변에 몰려든다. 행복한 순간이다.

점점 건강해지고 있다. 건강한 모습으로 독자와 만나고 싶다. 유방암, 불현듯 찾아온 이 병을 참고 낫게 하실 주님을 의지한다.

“예수께서 일러 이르시되 이것까지 참으라 하시고 그 귀를 만져 낫게 하시더라.”(눅 22:51)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