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영혼의 집밥



정신과 의사 정혜신 선생은 ‘당신이 옳다’라는 책에서 전문가들의 성급한 진단 때문에 온전히 치유할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움을 지적합니다. 예컨대 정신과 의사들은 너무 쉽게 우울증 진단을 내리고 약물로 아픔을 없애는 데 집중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항변합니다.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것이 어째서 우울증이며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이 어째서 우울증이냐고,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사람의 불안과 공포가 왜 우울증이며 은퇴 후 무력감과 짜증을 느끼는 게 어째서 우울증이냐고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아이의 우울과 불안을 뇌 신경 전달물질의 불균형 탓으로만 돌리면 되는가라고요.

그러면서 조리사들의 요리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엄마가 해주는 집밥일 수 있음을 예로 듭니다. 아픔과 슬픔이 혼자서는 넘기 어려운 가파른 언덕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과학과 의학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마음의 ‘집밥’을 먹는 것이 평안에 빨리 도달하는 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태원 참사로 150여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성급하게 문제를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 사회의 영적 기초를 되짚으며 제대로 치유하는 성찰의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김종구 목사(세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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