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가 강조한 것은… 배우자에 대한 헌신

게티이미지뱅크




“남편은 아내에게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아내도 그와 같이 남편에게 아내로서의 의무를 다하십시오.”(고전 7:3, 새번역)

사도 바울은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도시의 성적 방종이 넘쳐났던 문화와 다른, 세상과 구별된 성 문화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초대교회 때부터 강조된 것이 결혼이다. 결혼은 부부에게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기회를 주고 유혹을 이길 힘을 주시는 하나님의 방법으로 여겨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배우자에 대한 헌신이다.

도시선교 전문가 팀 켈러 목사는 최신작 ‘탈기독교시대 전도’(두란노)에서 초대교회를 향해 “성 윤리를 근본적으로 바꾼 공동체”라고 말했다. 로마제국에서 결혼한 여성은 다른 누구와도 성관계를 가질 수 없었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았다. 남성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보다 지위가 낮다면 누구와도 관계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초대교회는 남녀 구별 없이 결혼이라는 언약 관계를 강조했다. 남성과 여성이 차이를 뛰어넘는 연합을 이루어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각자의 아름다움을 하나로 결합하는 행위로 결혼을 강조했다. 켈러 목사는 “(결혼을 통해) 성관계를 더욱 높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매력적 전망이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로마제국이나 기독교 전래기 이 땅 조선에서나 마찬가지였다. 배우자에 대한 헌신은 남성을 비롯한 상류층이 휘두르던 권력을 약화시켰다. 축첩제로 고통받던 여성의 관점에서 보기에 기독교는 남녀평등을 이룰 수 있는 매력적 종교로 인식됐다. 실제로 한국교회 부흥의 뒤안길에는 전도부인을 비롯한 수많은 여성의 헌신이 있었다.

초대교회 부흥의 원인을 분석한 ‘기독교의 발흥’(좋은씨앗)에서 종교사회학자 로드니 스타크는 로마서 16장에 나오는 겐그레아 교회의 집사 뵈뵈, 바울의 동역자로 소개된 브리스가 등 여성 사역자를 언급하며 “초대교회에서 집사는 예배 의전을 진행하고 교회의 양선과 구제 활동을 집행하는 상당히 중요한 직분”이라고 밝혔다. 초기 기독교의 성장과 여성의 역할 확대가 나란히 진행됐음을 언급한 것이다.

세상은 성관계를 자아 성취나 실현의 수단으로 보고 있지만 한국교회는 결혼과 가정생활을 중시하는 틀 안에서 이를 바라보자고 말한다. 결혼예비학교 부부성장학교 아내행복교실 아버지학교 가족힐링캠프 등 한국교회가 수많은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유다.

김향숙 하이패밀리 공동대표는 31일 “사도 바울은 기도하는 일 이외에는 부부 사이 분방하지 말라고 권했다”면서 “결혼이란 언약 관계의 성립과 동시에 성을 적절한 사람과 적절한 때에 적절한 방법으로 나누는 것이 크리스천의 의무”라고 말했다. 상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내어주며 헌신할 준비가 된 이들에게만 허락된 것이 성관계라는 의미다.

켈러 목사는 초대교회의 성 문화를 현대에 구현할 원칙들을 제시한다. 그는 “남성과 여성은 결혼 전에 성관계를 갖지 않아야 한다”며 “상대의 외모나 배경이 아니라 성품에 근거해 결혼 상대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혼 사별 미혼 등으로 홀로 있는 지체들도 교회 안에서 가족으로 여겨져야 하며, 그들도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깊이 교제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교회 안에서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이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중한 구성원으로 여겨야 하며 주님의 소명을 따라갈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면서 “젠더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라 해도 그들을 환영하고 겸손과 인내와 사랑으로 그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성애는 죄이며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는 차별 없이 대해야 한다는 한국교회 다수의 생각과 일치하는 지적이다(그래픽 참조).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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