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생명 지켜내려면 ‘입양 편견’ 없애야”

쌍둥이 딸을 입양해 양육하고 있는 오창화 집사가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자택에서 입양의 성경적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캠페인 참가 성도들이 지난 19일 서울 명동대성당 앞에서 '생명의 존귀함'이 메시지로 담긴 팻말 앞에서 함께 기도하고 있다. 오창화 집사 제공
 
오 집사가 지난달 추석 명절에 자택에서 한복을 입고 가족 사진을 찍는 모습. 오창화 집사 제공


지난 19일 오전 9시 서울 명동대성당 앞. 한 무리의 사람이 반원을 그리고 선 채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그들 옆에 나란히 놓인 대형 팻말이 출근길 시민을 향해 ‘생명의 존귀함’이 담긴 메시지를 소리 없이 전했다. ‘우리는 당신과 당신의 아기를 위해 기도합니다.’ 전 세계 65개국 9200여개 도시에서 낙태 종식을 위해 기도하는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캠페인 현장이다. 캠페인은 다음 달 6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릴레이 기도 집회로 진행된다.

집회에 참가한 정효정(41·신촌감리교회)씨는 “대학생 때만 해도 낙태는 여성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고 합리적 선택이란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생명을 지키고 키워내는 게 얼마나 귀중하며 낙태가 왜 방관해선 안 되는 일인지 알고 있다. 가정과 교육 현장부터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희승(62) 공주 유구성결교회 목사는 이날 아침 사모와 성도들을 태우고 꼬박 3시간을 운전해 현장을 찾았다. 강 목사는 “성도 중에도 시간이 흐른 뒤 과거 낙태 경험을 회개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낙태반대운동은 개인의 유익과 행복만을 좇는 이 시대에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초대교회 성도들로부터 배우는 생명운동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성경은 “내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루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시 139:16)라고 기록한다. 인간의 생명이 수정 단계부터 시작됨을 일컫는 구절이다. 캠페인을 이끌어 온 아름다운피켓 대표 서윤화 목사는 “초대교회로 돌아간다는 것은 ‘가르침과 삶이 일치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성경적으로 세상을 분별할 수 있도록 교회가 성도를 교육하고 그렇게 바로 선 성도들이 자녀를 교육하는 순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마제국 당시 영아 유기는 일상적 관행이었다. 하지만 초기 기독교는 유대교와 함께 영아 유기를 살인으로 봤다. 순교자 저스티누스는 2세기 중엽 그의 ‘제일변증서’에서 “신생아 유기는 악한 일이라고 우리는 배웠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인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 낙태 문제는 입양이나 영아 유기, 베이비박스, 미혼모 이슈 등으로 이어진다. 앞서 지난 17일 만난 오창화(52·서울 온누리교회) 집사는 입양으로 가족이 된 쌍둥이 딸을 ‘지켜진 아이들’로 양육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로 하나님께 입양된 자로서 살아간다는 걸 인지한다면 친생으로 낳은 아이와 가슴으로 낳은 아이의 구분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1년 전, 이미 3남매를 키우고 있던 부부가 생후 2개월 된 쌍둥이를 입양하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아내와 결혼하면서부터 다자녀 가정을 서원했어요. 두 아들과 딸을 양육하던 중 넷째 아이를 먼저 천국에 보내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쌍둥이를 가족으로 맞을 수 있었지요. 지금은 왜 더 일찍 입양에 대한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를 아쉬워할 만큼 행복합니다.”

오 집사의 명함엔 앞뒤로 다른 직함이 쓰여 있다. 한쪽은 그의 일터인 회사 대표이사, 다른 한쪽은 전국입양가족연대와 한국입양선교회 대표다. 수년째 입양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걷어내고 지켜져야 할 생명의 존귀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엔 베이비박스에서 두 명의 아이를 위탁해 8개월여간 양육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치열하게 생명을 지키고 고아와 과부 등 이웃을 돕는 삶을 살아낼 때 비로소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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