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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통일은 금기어인가



최근 한 북한 선교 모임을 다녀왔다.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이하 쥬빌리)가 주최한 워크숍이었다. 행사는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열렸다. 쥬빌리는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가 대표회장이며 정성진 크로스로드선교회 목사가 상임대표로 있다. 통일과 북한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한국교회 최대 모임이다. 워크숍엔 쥬빌리 각 지부와 해외에서 130여명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정전 70년이 되는 내년에 한국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며, 통일 선교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해 토론했다. 그런데 한 목회자의 말이 충격적이었다. “이 자리에 오면서 동료 목사에게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통일을 위한 선교 모임에 간다고 하니 주변 목사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봤다는 것이다.

당시는 북한이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저수지에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대규모 공중 비행과 포 사격 등 무력시위가 한창이던 때였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 역시 9·19 군사합의 파기, 한·미·일 군사훈련, 전술핵 재배치 등을 거론하며 강대강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러니 주위에선 통일 워크숍이 한가하게 보였거나 아니면 그 목회자를 이념적으로 진보 목사로 취급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 긴장 상황과 상관없이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 안에 통일이나 평화라는 말이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용어가 돼가고 있다. 워크숍 참석자들은 모두 ‘이방인’이란 말에 공감했다. 부정적 통일론이나 단계적 통일론 등이 확산되면서 통일 이슈는 기독교인 안에서도 더 멀어지는 형국이라 그랬을 것 같다. 가짜뉴스 확산으로 통일 사역자들이 순식간에 좌파로 낙인찍히는 해괴한 경우도 발생한다. 통일을 위해 기도하자는 말도 이젠 공허하게 들릴 정도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통일에 대한 관심이나 찬반을 떠나 한반도 미래를 남북관계와 떼놓고 생각할 수 있을까.

착잡한 상황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소식이 지난 14일 있었다. 세계오순절대회 하이라이트인 ‘한반도 평화 DMZ 기도 대성회’였다. 참석자 2만여명은 경기도 파주 임진각평화누리공원에서 남북한 통일과 평화를 위해 소리 높여 기도했다. 세계적 예언사역자로 알려진 미국의 신디 제이콥스도 참석해 “하나님은 남북한 땅에서 드리는 성도들의 기도를 듣고 계신다”며 격려했다.

한국교회 안에 이 같은 종류의 기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쥬빌리가 열린다. 이 기도회는 2004년부터 매주 모였으니 올해로 만 18년이 지났다. 지난 27일 열린 기도회는 925차 모임이었다. 여전히 수백명의 신자들이 남북한의 막혔던 빗장을 풀어 달라고, 복음 통일을 달라고 간구한다. 이념을 초월해 스스로 모인 무명 그리스도인들의 탄원이다.

‘원코리아’를 위한 기도는 그치지 않는다. 분단 이후 각 교회나 기도원, 골방에서는 ‘38선이 무너져서 남북통일을 이뤄주소서’라는 기도가 수없이 드려졌다. 지금도 통일을 향한 기도의 눈물은 마르지 않는다. 이 기도가 헛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400년 이슬람 역사에 지난 20년간은 기적적인 순간이었다. 최근 출간된 ‘이슬람 세계에 부는 바람’(도서출판 앗쌀람)에는 20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증언한다. 놀랍게도 그 증언의 핵심엔 기도가 있다.

이슬람교도였다가 기독교로 개종한 북아프리카 사막 지역 출신 신자의 말을 들어보자. 언젠가 이 고백이 우리의 간증이자 증언이 될 게다. “수많은 세월 동안 세계 전역에 있는 사람들이 드린 기도가 하늘에 올라갔다고 믿습니다. 하늘에는 열대 몬순 우기의 많은 구름처럼 기도들이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하나님이 우리 종족을 위해 쌓아놓으셨던 기적과 구원의 축복들을 우리에게 비처럼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통일은 요원한 것일까. 쥬빌리 워크숍 주제 발제자로 나선 유관지 NKC 원장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통일은 사람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올 것입니다. (하나님이) 초월적으로 주신다고 믿습니다.”

신상목 미션탐사부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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