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적 기술 배운 후 자존감 회복, 창업까지… 덕분에 홀로서기 했죠”

네일숍 인턴을 마친 뒤 받게 되는 수료증과 꽃다발, 선물상자 모습. 열매나눔재단 제공
 
열매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중구 네일숍 ‘더나은네일’ 입구. 열매나눔재단 제공


“하나님께서 네 기도를 들으셨다. 네가 가난한 사람들을 도운 것을 보셨으며, 너를 기억하셨다.”(행 10:4, 쉬운성경) 로마제국 카이사르 군대의 백인대장 고넬료에게 천사가 한 말이다. 고넬료는 가난한 이들을 도우면서 항상 기도하던 초대교회 신자다. 고넬료처럼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힘든 한부모가정, 끼니를 굶는 아동, 자립 준비 청년 등을 돕는 기독교 단체나 교회가 많다.

대표적 단체 중 하나가 열매나눔재단(대표 이장호 목사·이하 재단)이다. 높은뜻숭의교회(김동호 목사)가 2003년 예배당 건축을 포기하고 2007년 그 종잣돈으로 세운 곳이다. 김동호 목사를 비롯한 성도들은 “좋은 예배당에서 예배하는 것보다 사회적 약자를 돕고 섬기는 것이 하나님이 더 기뻐하시는 예배가 된다”고 여겼다. 이 재단은 여성 가장, 결식 아동·청소년, 북한이탈주민 등의 자립을 활발히 돕고 있다.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여성 가장 지원. 여성 가장에게 네일숍 인턴 근무 기회를 제공한다. 재단이 운영하는 네일숍 겸 인큐베이팅 센터에서다. A씨는 이곳에서 인턴을 마치고 지난달 창업했다. 그는 재단 직원들에게 쓴 손편지에서 “불과 8개월 전만 해도 ‘근자감’으로 살았던 내가 실무적인 기술을 배우면서 자존감을 회복했다”고 했다. 두 아이 엄마인 그는 재단 네일숍에서 일할 때부터 창업을 준비했다.

A씨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재단 네일숍에 다니는 동안 친구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연습하고 매월 테스트하면서 후배 인턴들과 선의의 경쟁을 했다”며 “기술뿐만 아니라 고객과 관계 맺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웠다”고 했다. A씨는 이렇게 창업에 필요한 다양한 실무를 익혔다. 이 과정을 거쳐 오래전 꿈인 창업을 하게 됐다.

A씨는 “딸아이가 ‘(가게가) 공주님 집 같고 (가게에 있는) 엄마는 공주 같다’며 좋아한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실제 창업을 해서 손님에게 내 네일아트를 시술하니까 더 재미있다”며 “잘 운영해서 언젠가 직원 2~3명과 함께 일하는 네일숍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재단은 2017년부터 네일숍 인턴 20여명을 배출했다. 한부모 여성 가장 창업 지원도 30명 넘게 했다.

재단은 2016년부터 결식 위기에 있는 아동·청소년에게 아침 식사를 지원했다. 지원 대상 아동은 올해 상반기까지 수도권 2285명이었다. 끼니 나눔은 한국교회가 하는 대표적 사역이다. 1988년 시작된 다일공동체(대표 최일도 목사) 밥퍼나눔운동본부는 거의 매일 1000명 넘는 노숙인 등에게 밥을 나눠왔다.

재단은 2012년부터 신나는조합·사회연대은행과 함께 서울시 서민금융 지원정책인 ‘서울형 마이크로크레딧’ 사업도 하고 있다. 소상공인이나 영세 자영업자, 예비 창업자 중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사람에게 자금을 무담보 저금리로 대출해주고 경영 컨설팅을 하는 사업이다. 연이율 1.8%로 최대 3000만원을 빌려준다.

한국교회는 어려운 청년에게도 손 내민다.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를 포함한 9개 교회는 만 18세에 보육원을 떠나는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해 ‘선한울타리사역’을 한다. 청년들이 살 공간 마련을 돕고 명절마다 초대해 함께한다. 청년의뜰(대표 이종수)은 신용도가 낮은 청년을 대상으로 금융 멘토링 프로그램 ‘청년미래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멘토링을 하면서 연이율 3%로 최대 400만원을 빌려준다.

희년함께(공동대표 남기업·방인성)는 성경적 토지 정의를 위해 구조적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회권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고리대금업자를 질타했고 독일 가톨릭의 면죄부 판매를 비판했다”며 “한국교회는 가난한 자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회복해야 한다. 가난한 자들에 대한 구제와 빈곤 발생을 막으려는 구조적인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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