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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술 한잔 안 하는데 지방간… 비알코올성이 80% “뱃살 빼야”

과체중이나 비만 등 영향으로 간에 지방이 많이 쌓이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지방간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라 식습관 개선과 유산소 운동의 꾸준한 실천이 우선 해결책이다.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고지방·고당분 식품 섭취 늘면서
운동 부족으로 몸 속 남은 영양분
간에 중성지방 형태로 쌓여 발병

특별한 증상 보이지 않아 위험
방치하면 간경화·간암으로
노년기 치매 위험도 크게 높여

직장인 A씨(35)는 평소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예상치 못한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권하는 해법은 ‘건강한 식단과 운동’이었다. 지방간을 초래한 주요 원인은 술이 아니었던 것이다. 특히 복부 비만을 개선해야 한다는 권고에 A씨는 당황했다. 살짝 배가 나오긴 했어도 체중이 정상 범위 안이어서 큰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회식 문화가 바뀌고 ‘부어라 마셔라’ 술자리에 대한 젊은 세대의 거부감이 확산하면서 음주가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지방간 환자는 증가세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억울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전문가들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존재를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료 환자는 40만5950명으로 2017년(28만3038명)에 비해 43.4% 증가했다.
 
늘어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지방간은 지방이 간 전체 무게의 5%를 넘긴 상태를 말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전혀 혹은 거의 마시지 않는데도 간에 지방이 쌓인 현상이다. 고칼로리 음식 섭취로 인한 과체중·비만, 운동 부족으로 몸 속 남은 영양분이 간에 중성지방 형태로 쌓여 발병한다. 가정의학 전문의인 이선호 글로벌365mc대전병원 대표원장은 24일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이 아닌 지속적인 ‘과영양’이 문제”라며 “술을 전혀 마시지 않더라도, 매일 카페에서 당분이 많은 음료를 마시며 케이크를 먹는 행위도 간에 지방을 쌓이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지방·고당분 식품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간세포에 중성지방이 쌓이고 간세포가 변형·손상돼 염증이 나타나기 쉽다”고 덧붙였다. 대한간학회 분석에 의하면 전체 지방간의 80%는 비알코올성이 차지한다. 지방간은 보통 혈액을 통한 간 기능검사와 상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진단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는 “다만 지방간이 있더라도 초음파 결과와 간 수치가 정상 범위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면서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경우 조직 검사를 통해 간 내 지방의 침착 정도와 염증, 섬유화 등을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간은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있다 해도 오른쪽 윗배가 답답하거나 피로감을 느끼는 정도다. 문제는 지방간을 오래 방치하면 간섬유화(딱딱해짐),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췌장암과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 치매 등 2차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국내외 연구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이탈리아 연구진 발표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10년 안에 심부전에 걸릴 위험이 50% 높게 나타났다. 심부전은 혈액을 내뿜는 심장의 좌심실 기능에 문제가 생겨 온몸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는 질환이다. 지난해 우리 국립보건연구원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방치할 경우 10년 내 심혈관질환 위험이 8~9배 상승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시보라매병원 연구진은 60세 이상 건강검진자 60만명 대상 연구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지수가 높을수록 노년기 치매 발병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진다는 내용을 지난 4월 발표했다. 간 기능이 떨어지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을 막는 단백질(LRP-1) 생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약도 없는 지방간

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 술을 끊거나 줄이면 대처 가능한 것과 달리,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치료가 쉽지 않다. 지방간만을 개선하는 약도 없다. 전문가들은 식습관 개선과 운동을 통한 과체중·비만 해결이 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이어트의 정석인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단’과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유산소 운동(빠르게 걷기, 자전거타기 등)’이 해법이다.

실제 혈압·혈당, 콜레스테롤에 문제없는 ‘건강한 과체중’인 사람이 체중을 조금이라도 줄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강북삼성병원이 과체중 성인 1만4000여명을 5.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체중을 1~5% 줄일 경우 지방간 위험은 17%, 5% 이상 줄일 경우 48% 감소했다고 최근 밝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노출은 마른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몸은 말랐는데, 복부 지방이 과도한 ‘뱃살 비만 유형’도 내장 지방 등의 영향으로 지방간에 취약하다. 정상 체중이라도 허리둘레 측정 결과 복부 비만에 속한다면 안심해선 안되는 이유다. 이 원장은 “지방간 치료가 까다로운 것은 결국 체중 조절이 어렵기 때문이다. 체중계 숫자를 줄이는 게 힘들다면 허리둘레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 보라”고 권고했다. 남성은 허리둘레 90㎝(35인치), 여자는 85㎝(32인치)를 넘으면 복부 비만에 해당된다. 이 원장은 “매일 아침 공복에 줄자로 허리둘레를 재보자. 혼자서 다이어트 해본 경험이 없다면 의료기관이나 비만클리닉 등 전문가 도움을 받아 체계적 관리를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복부 비만은 대체로 피하 지방과 내장 지방이 합쳐져 유발된다. 내장 지방은 식단 조절, 유산소 운동으로 해결하고 잘 빠지지 않는 피하 지방의 경우 지방흡입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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