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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슬로건 ‘발전 우선’ 내리고 ‘발전과 안보 균형’ 내세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12일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7중전회)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이 16일 개막하는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때 당의 슬로건을 ‘발전 우선’에서 ‘발전과 안보 균형’으로 바꿀 전망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보도했다. 1970년대 개혁개방 시절부터 최우선 목표로 여겨졌던 경제 성장보다 국가안보의 위상을 더 높이는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2002년 16차 당 대회 때부터 발전 우선을 공식 슬로건으로 사용했다.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제 발전을 일궜고 이러한 흐름은 장쩌민, 후진타오 시절에도 유지됐다. 그러나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미·중 갈등이 전방위로 격화되면서 국가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중국에선 발전과 안보 균형이라는 슬로건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문구는 지난해 11월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에서 채택된 중공 역사상 세 번째 역사 결의 전문에도 세 차례 등장한다. 반면 발전 우선이라는 용어는 한 번도 쓰이지 않았다. 그 연장선상에서 20차 당 대회 때 시 주석이 직접 낭독할 업무 보고에도 발전 우선이라는 문구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가안보를 중요시하는 흐름은 중국의 경제 사정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미 싱크탱크 랜드 코퍼레이션의 하워드 왕 중국 정책 전문가는 “안보에 초점을 맞춘 슬로건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더라도 이에 대해 둔감하게 만들 뿐 아니라 정책적인 제약도 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전이 더 이상 최우선 정책 목표가 아니면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책임론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때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5.5% 안팎’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도시 봉쇄 등 과도한 방역 조치가 계속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적인 요인이 겹쳐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은 지난 2분기 성장률이 전년 대비 0.4%에 그치자 경기 부양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3분기 역시 3.5% 성장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최근 GDP가 성공의 유일한 기준이 아니라거나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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