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英 중앙은행 “국채 매입 끝”…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 우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시장 안정을 위한 국채 매입 조치를 연장하지 않고 예정대로 14일 종료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영국발 금융시장 혼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연례총회에서 BOE의 채권시장 개입에 대해 “계획대로 이번 주 마지막 날(14일)에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제 사흘 남았다. 일을 마쳐야 한다”고 했다.

BOE는 지난달 말 리즈 트러스 내각의 430억 파운드(약 69조원) 규모 감세안 발표 직후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시장에 개입해왔다. 당시 국채를 담보로 하는 파생상품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부채연계투자(LDI) 펀드들이 담보가치 하락으로 마진콜의 압박을 받자 시장은 더욱 흔들렸다. 이에 BOE는 14일까지 650억 파운드(약 102조원) 규모의 긴급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해 채권시장을 안정시켰다.

연기금 등은 BOE에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이달 말까지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베일리 총재가 이에 선을 그으며 프로그램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그의 확인 발언에 금융시장은 다시 요동쳤다.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4% 후반까지 오르고, 파운드화 가치도 파운드당 1.10달러를 밑돌았다. 뉴욕 증시도 베일리 총재 발언 후 급락세로 전환했다.

영국 경제는 침체에 진입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영국 통계청(ONS)은 지난 8월 국내총생산(GDP)이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고 12일 밝혔다. ONS는 제조업 약세와 북해 석유·가스전 유지·보수 작업으로 생산이 감소하면서 경제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성장은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어서 이번 발표는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블룸버그는 내년 상반기로 예상됐던 경기 침체가 더 빨리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나 앤드레이드 분석가는 “장기간 침체에 접어들고 있는 영국 경제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BOE는 경제 상황이 계속 어려울 경우 일부 가구가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 비슷한 부채 상환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영국 경제에 우려를 표하고 “결국엔 ‘감세’가 치솟는 물가와의 싸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