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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vs 트럼프 ‘운명’을 건 2차전







상원 100석 중 35석, 하원 435석, 주지사 50명 중 36석을 뽑는 미국 중간선거(11월 8일)가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운명을 가르는 이번 선거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의회 권력을 새로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2020년 대선 이후 실시되는 첫 전국 단위 선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2년에 대한 ‘중간 평가’인 동시에 2024년 차기 대권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바이든 행정부로선 막강한 권한의 의회 권력을 잃을 경우 남은 임기 2년을 레임덕에 걸려 제대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장악한 공화당의 정치지형도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완전히 변하게 된다. 선거에 이기면 ‘공화당=트럼프’ 등식이 고착되고, 트럼프는 차기 대선 출마 구도를 굳히게 된다. 반대로 선거에 진다면 그동안 입혀진 트럼프의 색깔은 바래지고 공화당은 새로운 정책과 인물을 찾아야 한다.

양당은 반드시 이기겠다며 승부처에 선거자금을 쏟아부으며 막판 공세를 펼치고 있다.

선거의 향방은 미국 유권자들이 바이든표 ‘메이드 인 아메리카’와 트럼프발(發) ‘아메리카 퍼스트’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vs 아메리카 퍼스트

2020년 집권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까지 지지율이 40% 초반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곤경을 이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완화된 뒤 벌어진 공급망 위기와 휘발유 가격 급등에 민주당의 인기도 함께 추락했다. 공화당은 “이대로면 중간선거 완승”이라며 희희낙락했다.

그러나 6월 중순 정점을 찍었던 휘발윳값이 99일간 내리 떨어졌다. 무기력해 보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같은 대형 입법을 성공시켰다.

연방대법원은 낙태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판례를 폐기해 공화당에 대한 반감을 키웠다. 유권자 표심이 민주당 쪽으로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IRA는 ‘미국인은 미국산 제품을 만들고 쓴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대선 공약의 첫 실현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반도체 과학법’ 역시 메이드 인 아메리카의 연장선상이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산업 퇴출을 목표로 한 이 법은 미국 유권자에게 “더 많은 산업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더 많은 ‘좋은 일자리’가 제공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잘못된 경제·에너지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했고, 미국의 이익을 챙기지 못하는 잘못된 외교노선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훼손했다는 일관된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열성 지지 진보층뿐 아니라 중도 성향 유권자층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공화당은 보수성향 유권자들을 결집하는 ‘집토끼’ 전략을 내세운다.

미국 전체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백인·중·저학력 근로계층의 표만 모아도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친(親)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 선언을 한 후보는 200명에 달한다.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 39개 주에서 출마한 연방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후보들이 ‘트럼프의 세례’를 받은 셈이다. 영국 BBC방송은 “트럼프가 지지 의사를 표명한 예비후보들을 추적해보니 이들 가운데 당내 경선 최종관문을 통과한 후보가 무려 92%였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로 출마한 더그 마스트리아노는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가 ‘트럼프보다 더 트럼프 같다’고 평가한 인물이다. 트럼프보다 더 강경하게 ‘2020년 대선 음모론’과 ‘대선 결과 조작설’을 퍼뜨리고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트럼프가 구원자”라는 큐어넌의 메시지를 실어나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선택을 받은 후보 대부분은 마스트리아노처럼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한다. 이번 중간선거가 공화당 승리로 끝나면 트럼프가 줄기차게 내세운 ‘부정선거 프레임’이 더 부각되고 그의 차기 행보도 탄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중간선거 초점이 트럼프에게 맞춰져 있는 건 공화당 전체로선 큰 부담이다. 그가 국가기밀문서를 불법 유출한 혐의로 연방수사국(FBI) 압수수색을 받았고, 부동산 가치를 조작해 금융·세금·보험상 혜택을 본 사기 의혹이 불거지며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쾌재를 부르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트럼프의 존재감이 공화당 전체를 덮어버리면 ‘정권 중간평가론’보다 ‘트럼프 심판론’이 더 커질 것이란 기대다.

이미 선거판의 흐름은 현 정부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트럼프 진영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마가(MAGA·트럼프 열성 지지세력)’ 공화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바이든 진영의 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중간선거=현직 대통령 무덤’ 바뀔까
역대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무덤’이었다. 민주·공화 양당 체제가 구축된 이래 40차례 중간선거 중 단 3번만 여당이 승리했을 뿐, 37번이나 졌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케어’ 입법을 완료했지만 하원에서 63석이나 잃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하원은 공화당의 탈환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인 반면 상원은 초박빙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2% 안팎(미 선거전문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 기준)으로 회복됐다. CNN이 집계한 지지율 조사 평균치에서도 지난 8월 초 36%까지 떨어졌다 41%까지 올라왔다. 중간선거 전망도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지난 3일 하원 과반 의석을 공화당이 차지할 확률을 69%, 상원 과반을 민주당이 차지할 가능성을 67%로 예견했다. 같은 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민주당이 상원 51.2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원은 공화당이 221.1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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