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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카티는 꿈의 항암제?… “100% 완치되는 기적의 치료제 아냐”

서울성모 가톨릭혈액병원 조석구 교수(오른쪽) 등 의료진이 카티 세포 치료를 위해 입원 중인 60대 미만성 거대B세포림프종 환자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있다.



 
몸 속 T세포가 암세포만 골라 공격
난치성 혈액암 환자 선택지 넓어져
치료대상 폭 제한… 모두 혜택 못 봐
부작용도 최대 5% 달해 과신 경계

김모(25·여)씨는 지난해 2월 악성 혈액암인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골수나 혈액 속 림프성 백혈구가 악성 세포로 변해 증식하고 온 몸으로 퍼지는 병이다. 그해 9월 조직이 일치하는 제대혈(탯줄혈액)에서 조혈모세포를 뽑아 이식받고 건강을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4월 재발했고 여러 항암신약을 써 봤으나 반응하지 않았다. 최신 항암제로도 듣지 않으면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김씨는 의료진과 상의해 해외에서 재발·불응성 환자에 높은 항암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진 카티(CAR-T)치료제 ‘킴리아’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마침 4월부터 킴리아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1회 약값은 4억6000만원에서 500만~600만원선으로 확 줄어 부담도 덜었다. 지난 7월 킴리아를 주입한 김씨는 최근 검진에서 백혈병세포가 사라진 ‘완전관해’ 판정을 받았다.
 
건보 적용 후 관심 높아져

난치성 혈액암에 혁신적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카티 치료에 탄력이 붙고 있다. 카티 치료제 중 선두주자인 킴리아에 고대하던 건강보험 급여화가 이뤄지면서 의료진과 환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

하지만 일각에서 ‘기적의 치료제’ 혹은 ‘유일한 희망’으로 지나치게 맹신되고 있는 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카티 치료제의 도입과 건보 적용으로 난치성 혈액암 환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은 긍정적이나 치료 효과에 대한 과장된 믿음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카티는 몸 속에서 암세포를 찾아내 파괴하는 T세포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최첨단 면역치료제다. 기존 항암제와는 제조 방식과 작동 메커니즘이 다르다. 환자 혈액에서 뽑은 T세포에 암세포를 인지하는 유전자(CAR·키메릭 항원 수용체)를 발현시키고 이를 배양해 환자 몸에 다시 투입함으로써 암세포 살상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서울성모 가톨릭혈액병원 림프·골수종센터장인 엄기성 교수는 10일 “즉 T세포가 스스로 암세포를 더 잘 찾고 파괴할 수 있도록 무기를 쥐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 환자 자신의 T세포를 활용하는 ‘개인 맞춤형의 원샷(1회 투약)’ 치료제다.

현재 국내외 바이오제약기업이 앞다퉈 카티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고 치료 질환도 혈액암에서 전이성 대장암 등 고형암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국내에는 킴리아가 지난해 5월 도입됐지만 1년 가까이 건보 급여를 받지 못해 환자와 가족들의 애를 태웠다.

적용 대상은 B세포급성림프성백혈병(B-Cell ALL) 진단을 받은 25세 이하 소아 및 젊은 성인 환자가 1차 치료에 실패했거나 조혈모세포이식 후 재발한 경우, 2가지 이상 항암제 치료 후 재발했거나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경우다. 또 만18세 이상의 미만성 거대B세포림프종(DLBCL) 환자가 2가지 이상 항암치료 후 재발했거나 기존 치료에 불응한 경우도 킴리아 치료를 받을 수 있다. ALL이나 DLBCL 모두 암이 다시 도졌거나 기존 치료가 더 이상 듣지 않으면 환자의 치료 옵션과 예후가 매우 제한적이다. 기대여명 또한 대부분 1년 이내인데, 카티 치료제 등장으로 새로운 희망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모두 킴리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DLBCL의 경우 국내 ‘비호지킨 림프종’ 5년 유병자 1만7000여명(2019년 기준)의 40%가 해당되고 이들 중 치료 후 재발이나 불응을 경험하는 30%만이 치료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5년 유병자 수가 3000명대인 ALL은 치료 대상 폭이 훨씬 좁다. 엄 교수는 “킴리아 보험적용 뒤 T세포 림프종 등 치료 기준에 해당되지 않거나 재발한 경우가 아닌, 이제 첫 진단을 받은 환자들도 치료받을 수 있게 해 달라며 찾아오기도 한다”면서 카티 치료 맹신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아울러 치료 효과에 대한 과신도 경계해야 한다. DLBCL 환자의 킴리아 임상시험 결과와 실제 적용 데이터 등을 보면 투여 후 2년 장기 무병 생존율은 40% 정도다. 악성 혈액암의 경우 2년 정도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에 가깝다고 본다. 반대로 나머지 60%는 킴리아에 반응을 않거나 병이 진행한다는 얘기다.

엄 교수는 “두 번 이상 재발한 환자들이 기존 치료를 받을 경우 무병 장기 생존율이 8% 정도에 그치는데 비하면 킴리아의 생존율이 5배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무시못할 수의 환자들이 카티 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의 악화를 경험한다. 100% 완치되는 기적의 치료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건보적용 후 금전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줄고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조금 더 일찍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점은 의미있게 생각하지만 이 치료제가 유일한 대안이라거나 받기만 하면 대부분 완치되는 꿈의 치료제로 인식돼선 안된다. 재발·불응성 환자가 고려해 볼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작용도 최대 5% 발생

카티 치료제 자체에 따른 부작용이나 합병증도 평균 2~3%, 많게는 5%까지 발생하고 있다. 특히 투약 1~9일 후 생길 수 있는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과 신경계 독성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두 부작용은 대개 투약 2주 후에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만약 퇴원 후 발열, 의식저하, 호흡곤란 등 증상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킴리아 치료 환자 교육 지침에 따르면 투약 후 한 달간은 병원 근처에 머무르며 증상을 살피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킴리아 치료가 가능한 곳은 첨단재생의료바이오법에 따라 정부의 인체세포 관리업 허가를 받은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5곳뿐이다. 향후 서울은 물론 지방 환자들을 위해 지역 의료기관으로 지정 확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국산 카티 치료제 개발과 상용화 목소리도 높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7월 첫 환자 투여 이후 ALL환자 5명, DLBCL환자 13명에게 킴리아를 투여하고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다. 혈액병원을 별도로 갖춘 이곳에선 연간 80~100명씩, 전국 대상 환자의 4분의 1 정도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사진=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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