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변함없이 변해 간다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꽃이 피었다고 말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별이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그가 변했다고 말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무너졌다고 말하지만/ 꽃도 별도 사람도 세력도/ 하루아침에 떠오르고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나빠지고/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좋아질 뿐/ 사람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세상도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조금씩 조금씩 변함없이 변해 간다’(박노해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서두르지 않고, 편법 쓰지 않고 하루하루 그날의 힘과 마음을 지켜가는 사람들에 의해 세상은 달라지고 아름다워진다. 주님 말씀하신 ‘일용할 양식’처럼 주어지는 매일매일을 허투루 여기지 않고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하루의 가치를 모르는 자는 영원의 가치를 알 수 없다.

세상은 대박을 꿈꾸고 큰소리치며 짧고 굵게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주목을 받고 그게 인생의 성공인 양 추켜세우고 있다. 도박판과 같이 위험한 모험을 알선하며 인생의 성공을 위해 통 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삶이다. 삶이란 그의 하루하루의 가치와 의미다. 돈을 버는 데 온 인생을 쓰는 게 아니다. 얼마만큼 자아를 실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인생의 아름다움과 존재의 의미를 누리는가다.

주변을 가만히 보라. 하나님의 창조 세계는 다 그렇게 움직이고 돌아가고 있다. 소리 없이 묵묵히 제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모든 존재를 통해 세상은 매일매일 새날을 열고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다. 그 안에서 우리는 소중한 일상을 살아간다.

각 분야에서 모두가 정신 못 차리게 열심히 내일과 미래를 개척한다지만 오히려 불안하고 불투명하다. 오늘과 여기에 충실하지 못하면 사실 다음은 기약할 수 없다. 두 발로 걷는 행복을 놓치고, 두 눈으로 보는 시야를 걷어차고 무엇을 얻겠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믿음이나 신앙은 한 방을 터뜨리는 게 아니다. 어떤 상황과 문제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신앙의 핵심이고 예수를 따르는 신앙의 태도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지냈고 여전히 어렵고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지금의 이 시간과 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지금 주어진 것과 소중한 일을 미루거나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고 차근차근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시작하면 된다. 두려워할 것도 없고, 무섭다고 도망치거나 불안에 떨 이유도 없다. 일의 경중을 너무 따질 필요도 없고 이해관계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도 없다. 시간은 항상 같은 흐름으로 가지만 우리는 빠르다 느리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변하는 것 같지만 변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듯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다. 무슨 말장난이냐 할 수 있지만, 우리의 하루하루와 삶이 그렇다.

지금 내가 안고 있는 세월의 무게는 얼마인가. 이 모든 건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게 아니고 순식간에 얻어진 게 아니다. 정말 모든 게 변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 수 있고, 또 모든 게 다 변하면 이 또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변하지 않으니 감사하고 변하니 또 우리가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세월을 살고 시간을 경험한다는 것은 그런 지혜를 얻는 게 아닐까.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인생을 살아간다.

하나님은 영원이시기에 변하지 않고, 사랑이시기에 수도 없이 변하신다. 시공간을 사는 인간이 무슨 재주로 성공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나님을 닮고 따르며 변함없이 변해 가는 삶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또 다른 가능성이 된다. 급변하는 세상에 살지만, 부디 변하지 마시고 그리고 부단히 변해 가시기를. 그 변함없음과 변화 속에 하나님의 나라가 있다.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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