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기복신앙



교회에서 가장 흔하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신앙이 ‘기복신앙’이다. 기복신앙은 혼자 잘 먹고 잘 살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말은 매력이 없다. 기복신앙의 매력은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면 내가 먼저 잘 되어야 한다’는데 있다. ‘부자 돼서 가난한 사람 돕고, 성공해서 약자 도우라!’이런 식이니 매력이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잘 넘어간다.

하지만 세상 권세와 부가 생긴 다음 약한 자를 돕겠다는 것은 분명히 세상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강력한 우상인 ‘맘몬’(재물의 신)의 함정이다. 하나님은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이 언제 이런 식으로 사셨고 이런 방식의 삶을 가르치셨나. 그분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셨고, 왕에서 어린아이로 작아지셨고, 왕궁에서 가축의 구유로 낮아지셨다.

기복신앙대로라면 오병이어 사건 후에 예수님은 군중의 요구대로 왕이 되어 기근 문제를 해결했어야 맞다. 하지만 그분은 왕의 자리에 올라서기를 단호히 거절했다. 부활 사건은 또 어떤가. 기복신앙대로라면 죽음을 이길 부활의 능력을 보여주셨으니 세상의 악당들은 모두 제압하고 멋지게 그 힘을 과시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렇게 하셨나. 힘자랑일랑 아예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 반대의 길을 가셨다.

부활 후 조용히 제자들을 만난 다음 빈궁한 땅 갈릴리로 먼저 가셨다. 큰 자들의 도시인 예루살렘이 아니라 작은 자들의 갈릴리로 말이다. 성경은 그렇게 기복신앙의 길과 멀다. 성경 어디에 ‘힘을 키운 다음, 성공한 다음, 부자 된 다음 가난한 자를 돕고 하나님 나라를 이루라’는 말이 있던가. 그런 가르침은 없다. 그런 말은 맘몬의 목소리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대형교회가 돼야만 하고 그 안에 플랫폼을 만들어 작은 교회 그룹들을 만들어 하나님의 큰 뜻을 이루겠다고 말한다면 그건 명백히 거짓 복음이다. 왜냐하면 큰 교회가 작은 교회를 손쉽게 많이 세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그룹들을 통일성 있게 움직이기 위해선 당연히 큰 교회 담임 목사의 절대 권력이 또다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달콤한 부흥과 성공 논리에 속지 말아야 한다. 성공하면 하나님이 옆에서 도운 것이고 실패하면 하나님이 없다는 것인가. 그것이야말로 기복신앙의 주인인 맘몬의 유혹이고 함정이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려 숨을 거두고 사흘이 지나고 부활하셨다는 점을 떠 올려 보자. 사흘 만에 부활했다는 것은 인간의 희망과 기대, 인간의 성공 논리가 완전히 힘을 못 쓰는 그 지점에서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났다는 뜻이다. 교회는 맘몬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주인이다. 교회가 자랑하고 따라야 할 가치는 그것이다.

교회 크기를 자랑 말고 작다고 위축되지 말자. 기복신앙이 이런 마음을 부추긴다. 중요한 것은 각자 자리에서 서로를 돌아보고, 서로 믿어주며, 서로 칭찬하는 사랑 그리고 서로를 위한 나눔 정신이다. 물론 교회가 서로 나누며 살자고 하면 일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려 놀고먹는 악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의 수는 무시해도 좋을 만큼 극소수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도 담지 않으련가. 혹시라도 이런 사람들이 득세해서 망할 교회라면 차라리 망하는 게 하나님의 뜻일 게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믿어주고 세워주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는 말이 있듯 교회와 교회, 성도와 성도, 교회와 세상이 서로를 믿어줄 때 거기서 싹트는 신뢰가 하나님 나라의 행복한 밑거름이 된다. 성장이 답이 아니다. 기복신앙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신앙이다. 그때 비로소 교회는 교회다워진다. 그러니 힘을 빼고 언제 어디서나 그리스도가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복음을 신뢰해야 한다.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인가. 아니면 기복신앙과 한 몸 된 맘몬주의자인가.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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