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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쇼크에… 미국 빼고 다 운다

일본 시민들이 26일 도쿄 시내에서 엔·달러 환율이 표시된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일본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으로 140엔대까지 내려갔다가 이날 144엔대로 다시 올랐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불러온 강(强)달러 현상으로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짙어지는 글로벌 경기침체 그림자의 주범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출’이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결정이 다른 나라에서는 물가 상승과 부채 상환 규모 증대, 경기침체 위험 증가 등 심대한 고통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년 전 원유 100달러어치를 사는 데 자국 통화로 한국 11만7655원, 이집트 1572파운드, 나이지리아 4만1244나이라가 들었으나 지금은 달러화 강세 탓에 각각 14만3158원, 1950파운드, 4만3650나이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인들은 할인 혜택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파운드(약 5.4㎏)에 16.44달러이던 영국산 차(茶)를 지금은 13.03달러에 살 수 있다. 50유로짜리 벨기에 초콜릿도 가격이 1년 전보다 10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면서 홀로 웃는 모습이다. 반대로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 대응 과정에서 보조금 등을 위해 재정을 확장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강달러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강달러는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달러화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장중 5%가량 급락해 사상 최저 수준인 1.03달러까지 내려갔다. 파운드화는 가뜩이나 강달러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리즈 트러스 새 내각의 대규모 감세정책 발표로 더 힘을 잃었다.

강달러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목을 조이면서 경기침체 신호도 뚜렷해지고 있다. 미 투자연구기관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블룸버그에 “글로벌 경기침체 확률 모델 수치가 98%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기관은 “수치가 이 정도로 높았던 경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2009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이날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11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배럴당 76.71달러로 지난 1월 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연준 고위 인사들은 매파적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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