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2) 넘어지고 깨져도 새로운 모험과 도전은 신나는 일

방송인 서정희씨가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넘어지고 깨지기 일쑤지만 좌절과 도전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결혼생활, 온실의 화초처럼 지냈다. 홀로 남아 많이 위축됐다. 두렵고 떨리고 나아갈 용기가 없었다. 나답지 않게 청소도 정리도 미뤄둔 채 멍하게 앉아 지내는 날이 많았다. 며칠 새벽 기도 중에 벼락처럼 깨달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어게인(Again). 다시 일어서자. 움직이자. 나아가자”고 결심하고 조금씩 원래의 나를 되찾았다.

주변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부터 시작했다. 늘 하던 일이다. 다음엔 하지 않던, 아니 해보지 못했던 것에 도전했다. 다시 운전대를 잡고 연습을 시작했고, 혼자 밥을 먹고 영화를 보며 여행을 갔다. 엄두가 나지 않던, 그런 것을 하나씩 극복하면서 용기가 생겼다.

대학에서 공간 디자인을 가르쳤다. 관련 분야에 오랜 시간을 쏟으며 공부한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건 즐거웠다. 익숙한 길만 겨우 다녔는데, 학교에 나가면서 먼 거리까지 운전할 수 있었다. 혼자 여행 떠나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점점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두렵지 않았다.

처음 TV홈쇼핑에서 물건을 소개할 때 많은 지적을 받았다. 내가 봐도 하기 싫은 티가 났다. 멘트도 어색했다. 예전이라면 하기 싫다고 포기했겠지만, 다시 도전했다. 부족한 점을 분석하고 연구했다. 그 덕분인지 TV홈쇼핑을 꽤 오래 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발레와 라인 댄스, 타악기 카혼, 로드 사이클, 성악, 수영 등. 요즘은 골프를 시작했다.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용기 내지 못했던 것에 하나씩 도전 중이다. 물론 매번 한계에 부딪힌다. 발레는 근력 부족으로, 라인 댄스는 손발이 따로 놀았다.

‘로드 여신’이 돼볼까 해서 시작한 로드 사이클은 몇 번 도전 끝에 달리는 기쁨을 알게 됐다. 이즈음 다리 부상과 암 투병으로 결국 자전거를 팔고 말았다. 모든 게 어렵다. 그러나 곧 멋진 고글(보안용 안경)과 안전모를 다시 쓸 것이다. 잠깐의 휴식 뒤에 말이다.

수영은 물에 잘 뜨지도, 호흡도 못 한다. 연거푸 물을 먹기 십상이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 물 장난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기쁨을 느끼고 있다.

뭐하나 잘 해내지 못해 좌절한다. 하지만 절망하진 않는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안되면 안되는 대로, 새로운 걸 경험하는 건 정말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넘어지고 깨지면서 다시 일어나는 좌절과 도전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잃는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비로소 다시 채울 수 있는 소중한 것이다. 바닥을 쳤다면 그때부터다. 신앙인의 믿음도 그럴 때 더 성장한다. 극한에 부딪혔을 때 방해하던 것이 사라지면서 하나님 말씀이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체험이 나를 흥분케 한다. 도전 모험 호기심은 20대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60대 이 나이에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앞으로도 도전과 모험, 호기심을 품고 살아갈 생각이다.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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