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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가벼운 수면무호흡증도 ‘치매 위험’ 높인다

수면무호흡증 등 다양한 수면질환을 장기간 방치하면 인지장애와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충분하고 질 높은 수면을 취하기 위해선 생활습관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123RF 제공



 
윤창호·신철 교수·하버드의대
1110명 수면무호흡증 진단 분석
경증도 뇌 손상과 인지저하 유발
코골이 한다면 정밀검사 받아야
무엇보다도 잠 잘자는 것이 중요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밤에 7시간 이상 충분히 자는데도 낮에 쏟아지는 졸음과 집중력 저하, 피로감으로 업무에 지장을 받게 되자 수면클리닉을 찾았다. 술을 마시는 날엔 잘 때 코를 더욱 심하게 곤다는 아내의 말도 병원행을 재촉했다. 의사는 키에 비해 심한 비만은 아니지만 오목 턱인데다 혀가 커서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며 수면다원검사를 권했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며 10초 이상 숨을 멈추거나 상기도가 자주 좁아지면서 호흡을 방해하는 수면장애다. 시간 당 무호흡지수가 5미만일 땐 정상이지만 5~14.9이면 경증, 15~29.9일 땐 중등도, 30이상이면 중증의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된다. 검사 결과 박씨의 경우 한 시간에 무호흡이 12회 정도로 경증에 해당됐다. 박씨는 의사 처방에 따라 잠자는 동안 호흡을 도와주는 양압기 치료(CPAP)를 하루 5시간 이상씩 받았고 이후 무호흡지수가 3으로 줄고 집중력도 좋아졌다.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인지기능 저하나 치매, 고혈압, 심혈관질환, 뇌졸중, 당뇨,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위식도역류증, 대동맥류, 성기능장애,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다. 특히 수면무호흡증과 인지장애·치매와의 상관성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공동 의료진이 대규모 환자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이 뇌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고 국제학술지(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적극적 치료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경증 수면무호흡증도 뇌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뇌 손상과 인지저하가 유발되는 것으로 확인돼 기존 치료 지침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와 고려대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는 하버드의대와 함께 20세 이상 1110명을 1차(2011~2014년)와 2차(2015~2018년)에 걸쳐 수면무호흡증 진단 여부에 따라 정상군(1, 2차 음성) 호전군(1차 양성, 2차 음성) 발생군(1차 음성, 2차 양성) 지속군(1, 2차 양성)으로 분류하고 MRI를 통한 뇌백질의 미세구조 변화와 신경인지검사 데이터를 비교·분석했다. 뇌백질은 각 신경 영역과 연결 회로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수면무호흡증 발생군에서는 집중력과 시각정보처리 기능(빠른 시간 안에 시각 자극을 인지하고 판단해 반응하는 능력)과 관련된 뇌영역에서 손상이 관찰된 반면 호전군은 손상된 시각기억(본 것을 기억하는 능력) 경로의 회복이 확인됐다. 아울러 수면무호흡증 지속군에서는 시각기억 관련 뇌손상이 발견됐으며 이런 변화는 60세 이상과 남성에서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수면무호흡증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 뇌기능 저하로 이어지고 치료받지 않으면 치매 등 인지장애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연구대상 중 수면무호흡증 발생군의 87.7%는 무호흡지수가 9.8로 가벼운 증상이었다. 윤 교수는 19일 “통상 증상이나 동반질환과 무관하게 중등도 이상 수면무호흡증만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로 인지저하나 뇌손상 예방을 위해 경증 수면무호흡증도 적극적 치료와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수면무호흡증에 의한 인지장애나 치매 발병 기한은 짧게는 수개월~2년, 길게는 10년까지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 모두 수면무호흡증의 장기간 노출과 관련성 있다.

윤 교수는 “치매의 교정 가능한 위험인자는 고혈압, 당뇨, 비만, 운동부족, 흡연·과음 등으로 수면무호흡증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며 “수면무호흡증은 효과적인 치료법인 양압기가 존재하고 있는 만큼 조기에 치료하면 인지장애와 치매 위험을 낮추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심장병이나 뇌졸중, 폐질환 등 동반질환이 없더라도 코를 자주 골고 낮에 피로나 졸음을 겪거나 과체중·비만 혹은 고혈압이 있는 경우, 코골이를 조금이라도 하거나 잠자는 중 호흡음이 불규칙해지는 것이 목격된 경우는 수면클리닉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신경과 전문의) 원장도 “코골이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하게 되면 깊은 잠을 방해하고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실제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에게 양압기 치료를 적용해 추적 조사한 결과 혈액 내 산소포화도가 정상화되면서 치매 속도가 현저히 늦춰졌다”고 말했다.

각종 수면장애로 인해 불충분하고 질 낮은 수면을 취할 경우 치매를 유발하는 기전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중앙대병원 신경과 한수현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일 때 뇌에 여러가지 독성 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 등)이 쌓이게 되는데, 뇌의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 이런 단백질들을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며 “그런데 이 시스템은 깊은 잠을 자는 동안에 단백질과 노폐물을 청소하기 때문에 잠을 잘 자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수면을 위해선 생활습관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 햇빛에 30분 이상 노출하고 오전 10시 이후에는 카페인 섭취를 안 하는 게 좋다. 저녁에는 전자기기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어둡게 생활해야 한다. 한 원장은 “잠자기 1시간 전에 족욕이나 반신욕으로 체온을 떨어뜨리고 잠들기 전 배가 고프다면 따뜻한 우유를 한 잔 마시는 것도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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