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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치매 원인 70%가 알츠하이머… ‘원인 치료제’ 개발에 희망

게티이미지



 
환자 증가 대비 더딘 치료제 개발
그마저도 대부분 증상 완화 한계
주목받는 ‘다중 표적’ 약물 개발
국내 ‘아리바이오’ 3상임상 앞둬
 
노년에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치매가 꼽힌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인구(813만명)의 10.2%인 약 83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2050년에는 환자 수가 약 302만명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수명의 증가와 고령화 탓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는 2050년 이전에 약 1억5300만명의 치매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치매 환자 수 증가에 비해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 속도는 더디다는 점이다. 특히 치매 원인의 70% 이상(국내 74.9%)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치료약 개발은 지금도 난제다. 알츠하이머병은 초기에는 건망증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가벼운 기억력 감퇴를 보이지만 점차 진행되면서 의미있는 대화가 힘들어지는 등 인지기능의 장애가 오고 옷 입기, 씻기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나간다. 한 번 걸리면 되돌리기 힘든 비가역적 퇴행성 뇌질환이어서 발병 전에 원인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해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 국내외에서 알츠하이머 치매에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약물은 4종이 있지만 대부분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있는 신경전달물질들에 작용해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친다. 뇌신경세포를 파괴해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 근본 원인을 치료 혹은 조절해 치매 진행을 막거나 인지기능을 개선해 주는 진정한 의미의 치료제는 아니다.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과 기전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들의 뇌를 부검해 보면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단백질 찌꺼기가 많이 쌓여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뇌신경세포 바깥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이고 신경세포 내부에 변성된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면 신경세포가 죽게 되는 것으로 설명되어진다. 이 때문에 두 독성 물질은 근원적 치료제 개발을 위한 주요 타깃이 돼 왔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미국 국립보건원임상시험정보사이트(올해 1월 5일 기준)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펴낸 ‘알츠하이머병 진단과 치료제 개발 동향’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43개의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모두 172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걸로 조사됐다.

이 중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임상 3상시험에 진입한 후보 물질은 31개(47건), 임상2상 물질은 82개(94건), 임상1상 물질은 30개(31건)로 집계됐다. 전체 143개 후보 물질 중 83.2%(119개)가 ‘원인 조절 치료제’였고 인지기능 강화제 9.8%(14개), 신경정신행동 증상 개선제가 6.9%(10개)를 차지했다. 원인 조절 치료제 용도의 후보 물질은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이 16.8%(20개), 타우 단백질 표적이 10.9%(13개)였다. 임상3상 진입 약물 역시 전체의 67.8%가 원인 조절 치료제로, 증상 조절제(16%) 인지증진 약물(16%)보다 훨씬 많았다. 원인 조절 치료제 용도는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29%, 신경계 가소성 및 보호 표적이 19%를 차지했다. 범부처 국가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김행준 전문위원은 22일 “앞으로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증상 완화’ 개념이 아닌, 명확한 ‘원인 치료’의 개념으로 변화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 6월 베타 아밀로이드에 직접 작용해 치료 효과를 내는 첫 약물(바이오젠사의 아두카누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4상 진행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플라크)에 선택적으로 붙어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다. 2003년 이후 18년만에 등장한 신약이어서 전문가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안전성과 효능을 완전히 인정받지 못해 아직 성공적인 상용화는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엔 베타 아밀로이드의 알츠하이머병 원인 가설의 기반이 된 미국 미네소타대의 연구 논문 조작 의혹이 불거져 치료제 개발의 표적으로서 의문이 제기됐다. 이런 배경에는 근래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 기전 일부 신약 후보군들의 연이은 개발 실패도 한몫한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한편의 연구 부정 사례를 들어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의 용도 폐기를 예단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상윤 교수는 “해당 논문은 다양한 베타 아밀로이드 중 ‘56(AB56)’을 기반으로 한 것이고 이후 베타 아밀로이드가 인지기능과 상관성 있다는 경향성 확인은 수 천편에 달하는 논문으로 검증됐다. 연구개발 판도에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기존과는 다른 기전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이 ‘다중 표적’ 약물이다. 즉 한 가지 물질이 두 개 이상의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에 작용, 신경세포 회복을 통해 인지기능을 개선시키는 방식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등 단일 표적 기전 약물 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전 세계적으로 10여개 제약 및 바이오기업이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국내 기업 아리바이오가 선두에 있다. 아리바이오는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인 PDE5저해제를 기반으로 ‘AR1001’을 개발해 미국 2상 임상시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받았으며 최종 글로벌 3상임상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펩타이드(두개 이상 아미노산 결합)의약품, 줄기세포 치료제 등의 형태로도 개발되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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