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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미국 청교도서 출발한 성품교육… 국내 이론연구 전무

성품학습으로 성장하는 캄보디아 우동 글로리 국제학교.




어떤 교육이든지 먼저 그 교육의 역사를 살펴야 한다. 그래야 현재를 돌아보고 현재 있는 위치의 좌표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 그래야 길을 잘못 들거나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할 때 올바른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품교육의 역사를 살펴보면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성품교육은 미국의 청교도들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청교도들은 신앙의 자유를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기 때문에 인간의 성품(being)과 행위(doing) 모두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려고 애썼다. 성품교육이 이렇게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한 목적으로 출발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에 학생들에게 성품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해서 세상에서 부유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성품교육을 진행하는 단체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은 성품교육이 성품과 행위 모두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해 시작된 운동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교회도 자칫 이 방향으로 성품교육을 진행하기 쉬운데 이는 매우 조심해야 될 일이다. 성품교육이 이 방향으로 가면 부패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국 건국의 초기에 청교도들이 세운 학교에서는 신앙교육과 도덕교육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이들의 의식에서는 신앙이 곧 도덕이었고 도덕이 또한 신앙의 표현이었다. 그러던 것이 현대에 와서 “신앙 따로, 도덕 따로”의 패턴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다보니 교회에서는 믿음 좋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일들이 적지 않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사회의 지탄을 받는 이유 중에 하나는 “신앙 따로, 도덕 따로”의 패턴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신영독본(新英讀本, New England Primer)이라는 책을 만들어서 학생들의 읽기 능력 향상과 신앙교육, 도덕교육을 함께 진행했던 청교도들의 지혜가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철자를 가르치면서 영어 철자 “A” 밑에 사과나무 아래에 있는 아담과 이브의 그림을 그려놓고 “아담 이후로 우리 모두는 원죄를 지었다.”는 문구를 써넣었다. 이렇게 해서 글을 읽게 하기 위한 철자연습과 신앙교육, 도덕교육을 한 묶음으로 진행했다.

이처럼 신앙교육과 도덕교육을 분리하지 않고 신앙이 곧 도덕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 것은 청교도들이 미국 역사에 끼친 위대한 영향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한국에서도 하나의 교과서 안에서 세상 지식이나 입시를 위한 공부, 신앙교육, 도덕교육이 함께 묶여서 진행되는 삼위일체의 교육이 가능한 그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꿈꾸어본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기독교학교 교재 중에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있다. “아주 무더운 여름날 과일 주스 장사가 길거리에서 과일 주스를 팔 때 얼음을 넣어서 파는 것이 신앙적인 행동일까? 그렇다면 왜 신앙적인 행동일까? 또 주스에 얼음을 넣어서 파는 것과 얼음을 넣지 않고 파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도덕적이며 경제적인 면에서 이익이 될까?”라는 식으로 교과서의 내용이 진행된다. 필자가 20년 전에 국내의 기독교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미국의 대형 기독교학교 교재 출판사들의 교재를 검토하면서 가장 충격을 받은 부분이 이 부분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한국에는 이렇게 세상 지식과 신앙교육, 도덕교육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개념이 없다.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런 날이 와야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 모든 일을 보고, 살고, 평가하는 날이 와야 한다.

이런 통합적인 개념을 가진 건국 초기의 미국 성품교육이 19세기, 20세기에 미국의 인본주의 교육학자들의 영향으로 오랫 동안 침체에 빠져 있다가 1980년대부터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미국 사회의 도덕적인 타락과 학생들의 가치관이 붕괴되는 일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미국 대통령 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학생들에게 정직, 존중, 책임감, 인내, 애국심 등의 도덕적인 덕목을 가르치는 일을 각 학교의 주요 과제로 삼게 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성품교재는 이때부터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성품교육을 처음 접하게 된 20년 전만 해도 성품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국내의 기독교 단체나 교회들을 중심으로 성품교육이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성품교육에 대한 한국교회의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성품교육의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로 성품교재가 인간의 실체에 대한 신학적인 고려 없이 만들어질 때가 많다. 국내의 기독교 계통의 성품교재를 보면 성품교육의 대상인 인간을 신학적으로 살피거나 정의하지 않고 유아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성경말씀을 인용하거나 성품과 관련해서 성경적인 사례를 드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인간이 죄를 짓는 근본적인 원인과 인간의 죄 성이 인간의 변화에 어떤 저항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신학적인 고려 없이 성경 인물들이 이렇게 살았으니 우리도 이렇게 살아야 된다는 식으로 당위성을 강조할 때가 많다. 이렇게 되면 질병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그저 처방만 해주는 것이 된다.

둘째로 교재의 내용이 성경의 원리에 기초해서 진행되는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성품교재가 성경의 원리에 기초해서 진행된다는 것은 교재의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성경의 원리를 중심으로 해서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있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의 기독교 계통의 성품교재를 보자. 대부분 다음과 같이 교재의 내용이 배열된다. ‘감사’에 대한 교재를 보면 먼저 “모든 일에 감사해요. 이것이 예수님 안에서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뜻이에요.”(살전5:18)라는 말씀이 제시된다. 그런 다음에 감사의 특성과 정의, 감사에 대한 격언들과 노래, 감사에 대한 이야기와 우화, 성경에 나오는 감사 사례, 한 아이의 감사 이야기, 가정과 학교와 놀이터에서의 감사, 감사에 대한 연습과 표현 방법 순으로 교재가 진행된다. 상당히 다채롭게 교재를 꾸몄지만 감사에 대한 신학적인 설명이 없고 왜 감사해야 되는지에 대한 영적인 메시지가 부족하다. 성경을 인용하고 성경적인 당위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메시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잘못하면 강요가 되고 감사가 안 되는데도 억지로 해야 되는 율법이 된다.

성품교재들이 대부분 감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내용을 나열하듯이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좋은 내용들을 수집해놓은 것이지 성경적인 원리에 의해 교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끌고 가는 것이 아니다. 이런 나열식의 배열을 흔히 샌드위치 구조라고 한다. 샌드위치를 보면 위아래로 빵이 있고 가운데에 고기나 햄이 있다. 샌드위치라는 이름으로 함께 묶여 있지만 빵과 고기가 섞이지 않고 따로따로인 것이다. 성품교육도 이런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다. 즉 서로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감사에 대한 말씀, 사례와 인물연구, 관련된 이야기와 노래 등 여러 재료를 함께 묶어놓은 것을 아이들이 스스로 이해하고 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내용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이해될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감사에 대한 여러 가지 재료를 통합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원리를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감사해야 될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 하나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이런 성경적인 원리를 초등학교 성품교재에 도입해보자. 그렇다면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가 교재를 처음부터 끝가지 관통하는 핵심 줄이 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이 줄로 감사에 대한 각종 재료를 구술을 꿰듯이 꿰어 하나의 목걸이로 만들어야 한다. 즉 ‘어떤 일이 있어도 하나님을 믿겠다고 고백하는 것’이 감사에 대한 정의가 되어야 하고, 이것과 관련된 감사에 대한 말씀,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하는 감사의 노래, 이런 내용과 관련된 성경 이야기나 인물 소개, 이런 취지를 살려서 생활 속에서 감사할 수 있는 부분, 또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감사할 수 있는 태도의 훈련과 표현 방법들을 교재에 실어야 한다. 이와 같이 감사에 대한 성경적인 원리가 교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할 수 있어야 한다. 감사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를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감사에 대한 성경적인 원리에 깊이 물들 수 있도록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라는 줄로 구슬을 꿰듯이 모든 감사의 내용을 묶어서 하나의 목걸이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까지는 교재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국내에 성품교육을 위한 이론연구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성품교육에 대한 사례연구나 프로그램, 성품교육에 대한 모형연구는 일부 있지만 성품교육의 근거가 되는 이론연구가 전혀 없는 것이 국내 성품교육의 실정이다. 전문적인 논문 사이트를 검색해 봐도 성품교육 이론에 대한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이론연구의 부족은 성품교육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그 이유는 이론적인 근거 없이 현장에서의 경험에 의해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는 효과를 장담할 수 없고, 효과가 일부 있어도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설명할 수 없으며, 그 효과에 대한 올바른 평가도 할 수 없다. 또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어도 어디를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된다. 프로그램을 진단하는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품교육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이론연구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필자는 최근에 한국연구재단의 후원을 받아 “성품교육의 이론적 근거 모색”이라는 연구를 진행했다. 성품교육이 일반 도덕교육과 다른 점은 일반 도덕교육은 도덕적인 행동 그 자체에 목적이 있지만 성품교육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행위로서의 도덕적인 행동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덕적인 행동의 출발점이 사랑인 것이 일반 도덕교육과 다르다. 인간의 도덕적인 행동이 사랑에서 나와야지 도덕적인 행동 자체가 목적이 되면 또 하나의 율법이 된다. 또 일반 도덕교육의 목적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면 성품교육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하나님의 형상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이론의 출발점과 최종 목적이 일반 도덕교육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성품교육 이론연구가 풍성해져서 성품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도움이 되고 하나님의 형상 회복이 단순한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프로그램으로 교회 안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소원한다.

이해주 박사
◇필자 이해주 박사는 고려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삼성그룹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와 기독교교육학 박사를 취득했다. 석사논문은 '청소년의 성품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로 박사논문은 ‘기독가정에서 부모의 양육태도가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성품교육 전문가’이다. 현재는 씨앗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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