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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이영훈·김장환 목사 대북특사 어떨까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이 캄보디아 프놈펜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의 안광일 주아세안대표부 대사 겸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만나 조건 없는 남북 대화를 제안했다. 깜짝 만남이긴 했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첫 남북 접촉이었고, 대북 강경 기조를 가진 윤석열정부의 외교부 장관이 한 말이어서 신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안 대사의 반응은 냉랭했고 이후 나온 우리 정부의 ‘담대한 계획’에 대해 북한 정부는 비난을 퍼부었다.

남북관계를 풀어줄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남북 간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미·중 대립 구도 속 남북관계는 단절의 깊이만 더하는 모양새다. 기독교계 역시 이른바 ‘복음 통일’을 역설하고 기도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냉엄한 국내외 현실 속에 갇혀 어떤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일을 기약’하는 게 기독교 역할은 아니지 않은가. 종교는 때로 정치가 하지 못하는 것을 풀어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최근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남북관계 회복에 종교계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그런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어떤 제안을 할 수도 있겠다. 무모할지라도 말이다. 지금은 인파 때문에 예수를 만나기 어려웠던 중풍 병자를 위해 지붕을 뚫고 환자를 달아 내린 사람이 필요한 시기다(막 2:4).

그런 점에서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대규모 기념행사를 남북관계 교류의 한 방법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내년은 정전협정 70주년을 맞는다. 또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 50주년을 맞이하게 되고, 하디 선교사의 원산부흥운동 120주년이 된다. 이 의미 있는 행사를 우리끼리 열고 기념으로만 그칠 게 아니라 북한 측에 함께하자고 제안하면 어떨까. 감사하게도 세 가지 사안은 모두 북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신앙이나 믿음은 초월적이다. 우리가 기도하는 이유는 예측이 안 되고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능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다. 지금은 기도하고 행동할 때다.

기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는 윤석열정부 탄생에 나름 기여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둘째 제안은 그 친밀함을 백분 이용해 남북 화해를 위한 대북 특사로 요청해보면 어떨까. 역대 대북 특사는 장관이나 국가정보원장 등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강대강 대치 상태라면 종교계 인물이 나설 수도 있지 않을까. ‘아골 골짝 빈 들에도 복음 들고 가겠다’고 서원한 목회자들이야말로 오늘의 상황에 특사로 최적이겠다. 감히 제안한다면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김장환(극동방송) 목사를 추천하고 싶다.

왜 두 목회자인가. 이 목사는 고 조용기 목사가 시작한 평양심장병원을 완공할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평양심장병원 공사가 70% 진행된 상태이며 6개월이면 완공된다. 평양 한복판에 건립되는 이 병원이 남북 평화와 통일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다(마 11:12). 이 목사가 남북관계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차라리 직접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보면 어떨까.

김 목사를 말한 이유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열어놓은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다. 올해는 그레이엄 목사가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당시 그레이엄 목사는 김 주석에게 성경을 선물했다. 마침 김 목사는 내년에 빌리 그레이엄 전도집회 50주년 대회를 준비 중이다. 그레이엄 목사가 이뤄낸 사랑의 방북이 ‘빌리 킴’을 통해 다시 이어질 수 있다면 그것만큼 의미 있는 희년(jubilee)은 또 없을 것이다. 북한엔 억류된 우리 선교사 6명이 있다. 이분들에게도 자유의 희년 나팔 소리가 들리기를 바란다.

반공주의자였던 그레이엄 목사가 김일성을 만난 것은 외교관이나 정치인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대사로 갔기 때문이다. 그레이엄 목사가 성경을 전한 것처럼 특별한 몸짓이 필요하다.

신상목 종교부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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