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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구내염인줄 알았는데… 혀 양 측면 궤양, 설암일수도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조정해 교수가 한 남성의 구강과 혀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구강 안에 잘 낫지 않는 만성 염증이 계속되면 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젊은층 발병률 증가세 연평균 7.7%
구내염과 달리 같은 곳에 궤양 발생
대표적 위험 인자 흡연·음주
림프절 전이 여부가 생존율 좌우

입안에 궤양이 생긴 50대 A씨는 약국에서 구내염 연고를 사 며칠 발라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2주 넘도록 입병이 낫지 않자 이비인후과를 찾았고 생각지도 못한 설암 진단을 받았다. 혀에 생기는 악성 종양인 설암은 구강암(입술 볼 잇몸 입천장 혀 등에 생기는 암의 총칭)의 70%를 차지한다. 2018년 국내에서 849명이 설암 진단을 받았고 인구 10만명 당 1.1명꼴로 발생하는 드문 암이지만 1999년부터 전 연령대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일반적으로 설암이 자주 생기는 연령이 50~70대인데, 근래 20·30대에서도 연평균 7.7%(1999~2017년)의 높은 발병률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설암을 뺀 다른 구강암은 60대 이상에서만 매년 2.0% 증가했을 뿐 다른 연령대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설암을 포함해 구강암의 대표적 위험 인자는 흡연과 음주다. 그런데 최근 환자 발생 추이를 보면 술·담배 노출이 많지 않은 젊은 환자(40세 미만), 특히 여성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어 기존의 암 위험 요인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특수암센터 조정해 이비인후과 교수는 1일 “구강암 중에 20·30대가 걸리는 유일한 암이 설암이다. 10대 환자도 드물게 본다”면서 “구강 안에 잘 낫지 않는 만성 염증,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 유전적 취약성 등이 관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인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만성 피로나 면역력 저하가 원인인 편평태선이나 면역질환인 베체트병 등이 젊은층에서의 구강 내 만성 염증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성 접촉으로 옮는 HPV가 편도암, 구인두암은 물론 ‘혀뿌리 암’ 발생에 역할을 한다는 보고가 있다.

구강암의 첫 위험 신호는 구강 통증이다. 통증과 함께 혀나 밑바닥에 2주 넘게 지속되는 궤양, 입안에 하얗거나 붉은 반점, 궤양 주변으로 단단하게 만져지는 결절이 동반되면 전문의 진료가 권고된다. 경험 많은 의사는 통증의 양상과 구강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것만으로 90% 이상 암 진단이 가능하다.

구강암에 의한 궤양은 흔히 구내염으로 오인되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 구내염 중 입안이 허는 ‘아프타성 구내염’은 스트레스나 피로 등으로 많이 생기고 젊은 여성의 경우 생리 전 호르몬 변화로 겪는 경우가 많다. 구내염은 대부분 1~2주 안에 병변이 좋아지며, 궤양의 가운데는 하얗고 빨간 테두리를 가진다. 주변부와 경계가 비교적 분명하게 구별되고 궤양이 깊지 않다. 또 궤양이 같은 자리가 아닌, 입안 여기 저기에 옮겨다니며 생긴다. 반면 입안의 특정 부위에 궤양이 반복해 생기거나 잘 낫지 않는다면 암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설암은 혀의 양 측면에 궤양이 돋는 게 특징이다.

설암은 림프절 전이 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이고 병기별로 예후에 큰 차이가 있어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가 특히 중요하다. 혀 주변에는 5개의 림프절이 분포해 있다. 조 교수팀은 설암에서 림프절 전이 여부가 5년 생존율 등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내 최근 국제학술지에 보고한 바 있다. 설림프절 전이가 확인된 환자는 전이가 없는 환자에 비해 암의 위험도가 8배나 상승했다. 또 설림프절 전이가 없는 환자군의 5년 생존율(85.7%)은 전이가 있는 환자군(22.2%)보다 3.8배 높았다.

설암의 5년 생존율은 1기의 경우 70%, 2기는 50% 정도지만 3·4기에 발견되면 40% 아래로 떨어진다. 설암이 림프절 1개에만 전이돼도 치료 후 생존율이 50% 줄어든다. 설암 진단을 받으면 수술 전에 정확한 림프절 전이 평가와 세밀한 림프절 절제술이 중요한 이유다. 조 교수는 “조기(1·2기) 설암일 경우에도 원발부 암 절제와 동시에 설림프절 절제를 시행해 암의 재발을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수술 후에도 혀의 기능은 대부분 보존돼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지 않는다.

다만 진행된 설암(3·4기)은 종양이 크기 때문에 암세포를 남기지 않고 광범위 절제 뒤 결손 부위에 허벅지나 손목의 피부를 떼서 이식해 혀를 재건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이후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병행한다. 성빈센트병원은 이런 진행성 설암에 최근 주목받는 면역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임상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면역 항암제를 먼저 투여해 암의 크기와 원격 전이를 줄인 후 수술하는 방식이다. 설암을 포함한 구강암 예방을 위해선 금연이 최선이다. 또 잘 맞지 않는 틀니를 장기간 사용해 혀에 자극이 지속되면 만성 염증으로 이어져 설암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치과에서 미리 교정하는 것이 좋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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