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출판 ‘디지털 플랫폼’ 활짝… 구독 서비스로 멀티가 가능해졌다





#1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서울 영동교회 허신욱(49) 담임목사는 멀티형 독서가다. 책을 한 권씩 독파해 나가는 스타일이 아니고, 다양한 주제의 책을 동시다발로 읽어가며 자기 것으로 정리하는 스타일이다. 한국교회 많은 목회자의 독서 패턴이 사실 이렇다. 주일 설교로 우상 문제를 택할 경우, 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을 다시 읽고 이와 비슷한 내용의 다른 책도 신속하게 찾아 검토할 필요성을 느낀다. 다종다양한 신앙 서적을 즉시 접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허 목사는 “그래서 두플러스가 잘 맞는다”고 말했다. 두플러스는 기독 출판 선두 주자인 두란노서원이 지난 5월 전자책, 오디오북, 목회와신학, 생명의삶PLUS 등 자사 기독 콘텐츠가 모두 모인 종합 플랫폼을 지향하며 내놓은 디지털 구독 서비스이다. 두 달 넘게 성공적으로 최신 종이책이 대거 포함된 무제한 독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허 목사는 “두플러스 이전 일반도서 디지털 플랫폼인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도 이용해 봤기에 디지털 책 읽기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면서 “교회에서 성도들과 ‘한 달 한 책’이란 월별 책 읽기 모임을 하고 있는데, 어떤 책을 선정해야 할지 다양하게 검토할 때도 두플러스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2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이정우(43) 목사는 ‘북서번트’ 대표다. 북서번트는 ‘책으로 세상을 섬깁니다’란 목표로 크리스천들이 독서 플랫폼을 이용해 신앙모임과 세미나를 이어가도록 돕는 모임이다. 이 목사는 “디지털보다 종이책이 익숙했지만, 독서 나눔을 위한 책 읽기 인증이나 기념사진 등은 또 다른 디지털인 인스타그램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두플러스에선 신간을 전자책으로 쉽게 읽고 이를 모임에서 눈에 보이게 나눌 수 있는 디지털 포맷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두플러스가 향후 두란노 이외의 다른 기독 출판사 서적으로도 확대돼 책 읽기 인증의 폭이 더욱 확장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두플러스 진수 두 달, 최초의 기독 출판계 디지털 구독 서비스의 효용은 목회자들이 먼저 느끼고 있었다. 두플러스 프로젝트를 총괄한 이동표(48·사진) 두란노 디지털마케팅본부장은 “목회와신학, 생명의삶PLUS 등 깊이 있는 콘텐츠를 원하는 40~50대 목회자들이 제일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두플러스는 두란노의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무제한 이용하는 도서플랜, QT 월간지 무제한인 QT플랜, 이 둘을 합친 스마트플랜, 거기에 목회와신학 등 깊이를 더한 프리미엄플랜까지 4가지 종류의 구독 서비스가 있다. 1차 타깃 독자는 목회자와 자녀 있는 부모, 교회 소그룹 리더 등이다. 이후 3040 목회자 및 젊은 독자 공략을 위해 커뮤니티와 클럽, 영상 세미나인 클래스 등의 기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기기는 5대까지 플랫폼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 본부장은 “스마트폰으로 두플러스를 실행시켜 오디오북을 들으며 아이패드로는 전자책을 열어 읽어나가고, 동시에 노트북으로는 내가 전자책을 읽으며 밑줄 쳤던 내용을 모아서 보며 설교 원고를 작성할 수 있다”고 했다.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목회자일수록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된다.

종이책 분야에서도 기독 출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란노는 왜 제일 먼저 디지털 플랫폼 혁신에 뛰어들었을까. 이 본부장은 “결정적인 계기는 역시 코로나 팬데믹”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항공편에 차질이 생기자 해외 선교지 독자 비중이 높은 생명의삶, 목회와신학 등의 해외 발송이 끊기는 일이 발생했다. 임시방편으로 PDF 서비스를 했지만, 불법 복제돼 떠도는 경우가 발견됐다. 디지털 전환은 이전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 때부터 선포된 이슈였고, 두란노는 기독 출판계에선 드물게 전산실을 갖추는 등 IT 전문 인력이 함께해온 역사가 있다. 덕분에 지난 2년간 디지털 플랫폼 진수를 위한 총력전을 벌여 두플러스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 등 기존 일반도서 디지털 플랫폼에서 기독 콘텐츠가 페이지 상단에 올라 주목받지 못하고 자꾸만 아래로 밀리는 현실도 이들 기독 출판 독자 플랫폼 구축 의지를 다지게 했다. 정옥희 두란노 두플러스팀장은 “코로나 초기 신천지 사태 이후 종교 콘텐츠가 철저하게 배제되는 일이 빈번했다”면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프로모션 노출을 미루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선희 두란노 플랫폼사업부장은 “정보가 많은 세상에서 마치 방주처럼, 기독교 콘텐츠를 모아 놓는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이 절실했다”면서 “이것이 목회자를 돕고 성도를 훈련시키는 두란노서원의 창립 목적에도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두란노 책만 모여 있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학 전문 출판사들과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면서 “기존 리디북스와 밀리의 서재에 이미 전자책을 제공하고 있는 기독 출판사들과의 참여 논의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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