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미분류

[And 건강] ‘개인 맞춤형 요법’ 헬리코박터 치료 성공률 높인다

위내시경 검사 장면. 내시경 장비로 위 점막을 채취해 헬리코박터균의 항생제 내성 여부를 확인한 뒤 그에 맞게 제균 치료법을 선택하면 제균 성공률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제공


한국인 헬리코박터 보균률 51%
만성 감염 질환자 위암 위험 높아
항생제 내성으로 제균 실패 가능성
분자생물학적 방법 맞춤 치료 가능

"명치가 쓰린 증상은 약을 먹으면 금세 좋아지는데, 내시경검사를 받으면 매번 위축성 위염이란 얘기를 들어서 걱정이 됩니다. 3년 전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 치료도 받았고요."
54세 남성 김모씨가 병원을 찾은 이유다. 김씨는 만성적인 속쓰림과 소화불량에 시달려왔다. 5년 전엔 큰 형님이 위암 수술을 받은 적 있다. 김씨를 진찰한 조준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들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암 발생 위험 요인이 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검사결과 김씨는 헬리코박터균에 여전히 감염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에 사는 미세한 크기의 세균으로 주로 유소년기 구강을 통해 전파된다. 한국인의 헬리코박터 보균률은 2015년 기준 약 51%로 보고된다. 첫 조사 때인 1998년 66.9%에 비하면 크게 낮아졌으나 여전히 절반 넘는 인구가 갖고 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문제되는 것은 바로 위암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 위암 전단계인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위가 장 점막처럼 변함)은 헬리코박터균의 만성적 감염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이들 질환이 있으면 위암 위험이 10배나 높다. 국내 40세 이상 연령대의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 유병률은 각각 40%, 12% 이상이다.

헬리코박터균은 항생제 처방을 통한 제균 치료를 받지 않고 저절로 소멸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제균 치료에 쓰이는 약제의 부작용(오심 복통 설사 등) 비율이 30~40%나 되고 그에 따라 환자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해 제균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조 교수는 “특히 과거 감기나 요로감염 등으로 항생제를 자주 복용한 사람은 헬리코박터균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경험적으로 써 왔던 항생제를 그대로 쓰면 제균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신 자신이 보유한 헬리코박터균의 내성 여부를 미리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제균 치료법을 적용한다면 불필요한 항생제는 처방하지 않으면서 보다 짧은 기간에 제균율을 높일 수 있다.

근래 헬리코박터균의 내성 여부를 사전에 알 수 있는 분자생물학적 방법이 도입돼 개인 맞춤형 제균치료가 가능해졌다. 내시경 기구로 위 점막 조직을 채취한 뒤 ‘DPO-PCR’이란 검사법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에서 돌연변이(A2142G, A2143G)가 검출되면 고전적 제균치료(1차 3제요법)의 핵심 항생제인 ‘클래리스로마이신’에 내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DPO-PCR로 내성이 없으면 3제요법을 적용하고 내성이 있는 걸로 나오면 3제요법 대신 4제요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클래리스로마이신은 감기 등 호흡기질환에 흔히 처방되는데, 한국인 내성률은 25~30%에 달한다. 조 교수는 “4제요법은 내성을 보이는 클래리스로마이신 대신 다른 항생제를 쓴다. 환자가 감염된 헬리코박터균의 내성 결과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팀은 3년 8개월간 연구를 통해 개인 맞춤형 제균요법의 효과를 확인하고 국제학술지(Expert Review of Anti-Infection) 최신호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확인된 251명을 대상으로 고전적 제균치료군(124명)에게는 기존의 경험적 약제를 처방하고 맞춤형 제균요법군(127명)에는 DPO-PCR로 내성 유무를 확인 후 항생제 처방을 달리했다. 그 결과 맞춤 요법군의 제균율은 89~92.7%로 고전적 치료군(76.5%)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약제 관련 부작용 비율은 16.8%로 고전적 치료군(25.6%)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앞서 소개된 김씨의 경우 DPO-PCR검사를 통해 항생제 내성을 유발하는 돌연변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제균치료 실패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에 따라 맞춤형 항생제가 처방됐고 끈질기게 그를 괴롭혀왔던 헬리코박터균을 끝내 없앨 수 있었다.

현재 국내에선 만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위내시경 검사가 2년마다 시행되면서 헬리코박터균 검사 횟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제가이드라인은 헬리코박터균 감염 양성 판정을 받은 이들도 암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제균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빈번히 처방되는 1차 제균요법은 성공률이 75% 안팎에 그치고 실패할 경우 부작용 부담이 있는 2차 제균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조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을 성공적으로 제균하면 위암 예방 효과는 100%에 가깝다. 항생제 내성 검사를 이용한 맞춤 치료가 보편화되면 제균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예방을 위해선 육아 시 아기에게 음식을 씹어서 먹이거나 먹던 수저를 국 같은 음식에 넣어 먹는 습관을 지양해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