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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수학계의 노벨상



노벨상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다.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경제학, 문학, 평화 6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다이너마이트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이 기초공학과 화학을 공부한 때문인지 몰라도 노벨상의 절반이 과학 부문이다. 그런데 노벨상에 유일하게 없는 과학 분야가 수학이다. 천문학, 지질학, 생물학도 없지만 이들 학문은 물리학이나 의학상의 범주에 포함돼 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이자 과학의 근본과도 같은 수학이 노벨상에서 제외된 것은 지금도 논란거리다.

두 가지 설이 떠돈다. 하나는 이른바 연적(戀敵)설. 노벨의 연인이 유명 수학자에게 지도를 받으며 시간을 보내자 이를 질투한 나머지 수학상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노벨이 응용 과학자이자 사업가여서 실용성이 떨어지는 이론 중심의 수학을 외면했다는 주장이다. 노벨이 수학상을 만들지 않은 이유를 생전에 설명하지 않아 확인할 방법은 없다. 노벨상에 수학 부문이 없는 것을 아쉬워 한 캐나다 수학자 존 필즈가 자신의 재산을 기부해 만든 게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 필즈상이다. 1936년에 첫 수상자를 배출한 필즈상은 세계수학자대회가 4년에 한 번씩 수여하며 젊은 수학자를 발굴하기 위해 40세 미만으로 수상자를 제한하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에 노벨상보다 받기 어려운 상으로 불린다.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필즈상을 수상했다. 국적은 미국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다닌 토종파여서 국내 수학계는 그의 수상을 큰 경사로 받아들인다. 허 교수는 시인이 되고 싶어 고교를 자퇴하고 대학 졸업 즈음에야 수학에 관심을 가진 늦깎이였지만 꾸준한 정진 끝에 세계적 수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허 교수는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먼 길을 돌아 적성을 찾았다. 생각대로 삶이 풀리지 않더라도 너무 조급해하거나 집착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MZ세대 맏형의 당부가 한국 젊은이들에게 많은 용기와 긍정의 힘이 됐으면 한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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