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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종들의 온전한 헌신·행함·기쁨은 ‘오직 믿음’으로만

‘종의 기쁨’을 저술한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교회 목양실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종의 기쁨’(두앤북)은 뜨거운 책이다. 부제는 ‘사도 바울과의 대화, 갈라디아서로의 초대’이다. 율법도 아니고 할례도 아니고 유대교 관습을 복음과 섞으려는 그 어떤 시도도 아니다. 행위를 통해서 무언가 하나님의 은혜를 담보하려는 시도는 잘못이라고 말한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그 자체만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복음의 본질로의 초대다. 그렇기에 마르틴 루터는 사도 바울의 갈라디아서 묵상을 통해 ‘오직 믿음(Sola Fide)’이란 구호를 들고 절기와 의식에 맞서는 종교개혁을 시작했다.

‘종의 기쁨’을 펴낸 이상학(58) 새문안교회 목사는 “부임 후 처음 맡은 2018년 1월 특별새벽기도회 당시 하나님께 신고하는 마음으로 가슴 뜨겁게 갈라디아서를 연속 설교했다”면서 “성도들도 뜨겁게 반응했던 내용을 다시 묵상하고 가다듬어 저술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이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상관성과 정체성에서 이중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관성 측면에서 교회와 사회가 적절하게 관계 맺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추락이 이를 말해줍니다. 이렇게 되면 전도와 선교의 문이 닫혀 버립니다. 정체성의 위기는 교회의 본질과 연관이 있습니다. 교회의 교회됨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갈라디아서가 필요합니다. 복음의 본질은 할례도 율법도 아니고 나를 위해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전적인 신뢰, 아들도 아끼지 않고 내어주신 하나님의 감당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믿음입니다.”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여김을 받는다는 이신칭의(以信稱義)를 설명하는 것인데 여기서 주체가 중요하다. 이 목사는 책에서 “성경적으로 의(義)는 하나님이 판단하시도록 나를 개방하여 내어 드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아니고 하나님이 판단하도록 나를 온전히 비우는 것이 믿음이다. 내가 하나님의 판단을 가져와서 나와 다른 사람을 재단할 수 있는 잣대를 손에 쥐어 보겠다는 것이 율법이다. 바울은 이 율법을 버리라고 했다. 눈에 안 보이고 애매하기에 전적인 위탁이 필요한 믿음만을 강조했다. 이 목사는 믿음 역시 세 단계가 있다고 했다.

“지적 동의 다음이 인격적 신뢰이고 그 후에 전적인 위탁입니다. 목회자가 성도들께 자세히 설명해야 합니다. 새가족 교육을 마친 새신자에게 ‘예수를 믿겠습니까’ 물으면 ‘예’라고 답합니다. 이건 지적 동의이고 조금 더 나갔다고 해도 인격적 신뢰 문 앞까지만 온 것입니다. 문제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그리스도인답게 사세요’ 축복한 뒤 곧바로 헌신의 자리로 내모는 겁니다. 그러면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아직 믿음의 초보인데 곧바로 탈진하게 됩니다. 이제 총 잡는 것 배웠는데 전선에 내모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믿음이 깊어져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양육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게 전적인 위탁입니다. 그 믿음 안에선 행함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행함의 동력이 믿음 안에 다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종의 기쁨’이다. 사도 바울은 복음을 깨우치면 자유인이면서 스스로 종의 자리로 내려가려 하고, 억지로 수동적 피동적이 아닌 기쁨으로 능동적 자발적으로 세상을 섬기게 된다고 말한다. 기독교 바깥에선 행함을 강조한 예수님과 믿음을 강조한 바울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목사는 “예수님도 병자를 고치실 때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죄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신다”면서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란 말씀이 반복되는 것 역시 예수님과 바울의 믿음이 같은 것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연세대와 서울대 대학원 등에서 공부하다 20대 중반에 예수를 만났다. 장로회신학대와 미국 에모리대를 거쳐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GTU)에서 조직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담임목사로서 포항제일교회를 섬겼고 한국의 어머니 교회인 새문안교회엔 2017년 부임해 목양에 힘쓰고 있다. ‘종의 기쁨’ 책의 인세는 전액 새문안교회 헌당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이 목사는 “갈라디아서의 확장판으로 사도 바울의 로마서 저술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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