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미분류

쉼없이 달린 9년… “K팝 시스템,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아”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지난 3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에서 공연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 제공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BTS 소속사 하이브 사옥 전경. 연합뉴스


전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온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팀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 2013년 데뷔 후 9년간의 여정을 담은 새 앨범 ‘프루프’를 발매한 지 나흘 만이어서 국내외에 파문이 일고 있다.

BTS는 14일 밤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티비’에 공개된 ‘찐 방탄회식’에서 당분간 개별 활동에 돌입할 뜻을 밝혔다. 멤버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그간의 피로감과 부담감, 창작의 벽에 부딪힌 막막함 등의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리더 RM은 “가수로 데뷔해서 사회적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됐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는 거기에 걸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똑똑한 사람도 아니다”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방향성을 잃었고, 지금 멈춰서 생각한 뒤 다시 돌아오고 싶은데 이런 것을 이야기하면 무례하거나 팬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같았다. 지쳤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죄짓는 것 같았다”며 눈물을 내비쳤다. 그는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고 싶다. 그런데 오래 하기 위해서는 내가 나로서 남아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늘 진심이었다. 그 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슈가는 “가사가,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 왜 이 일을 선택했을까 따져보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하기 위해서다. 우리 일곱 멤버가 언제가 끝일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정국은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말할 때가 왔어야 했는데 그게 오늘이 된 것 같다”며 “우리도 각자 시간을 가지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한 단계 성장해 돌아올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TS가 팀 활동에 돌연 쉼표를 찍은 데는 쉬지 않고 달려온 9년간 누적된 피로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BTS는 데뷔 이후 앨범 작업 전반에 참여해 왔다.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기획사의 아이돌 시스템도 BTS를 지치게 만들었다. RM은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며 “생각을 많이 하고 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다음에 그것들이 숙성해서 내 것으로 나와야 하는데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내가 숙성이 안 되는 거다”라고 토로했다.

대통령 특별사절 겸 세계 청년대표 자격으로 유엔 회의에 참석하고 백악관에 초청받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앞으로 행보에 대한 부담감도 커졌다. 군 입대 문제도 팀 활동에 불확실성을 가져왔다. 멤버 중 맏형 진은 1992년생으로 올해 만 29세다.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영 연기 추천을 받아 올해 말까지만 입영이 연기된 상태다.

빅히트 뮤직은 15일 “BTS는 솔로 앨범 발매, 다양한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해 ‘BTS 챕터2’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릴 계획”이라며 “개별 활동은 순차적으로 공개되며, 첫 주자는 제이홉이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BTS는 자체 제작 예능프로그램 ‘달려라 방탄’은 계속할 계획이다. 16일 엠넷 ‘엠카운트다운’, 17일 KBS2 ‘뮤직뱅크’, 19일 SBS ‘인기가요’ 등 예정된 신곡 무대도 소화한다. BTS가 팀 활동 중단 계획을 밝힌 뒤 하이브 주가는 25% 급락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