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휘둘리는 교단 재판… 인천 연희교회 사태로 드러난 난맥상

지난 9일 인천 연희교회에서 만난 조경열 목사. 조 목사는 “연희교회가 최근 몇 년간 전임 담임목사가 일으킨 문제 탓에 큰 혼란을 겪긴 했지만, 이를 통해 성도들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인들에게 ‘과거의 일은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하며 힘든 시간을 버텼어요. 그런데 뜻밖의 판결이 나오니 많이 황당했었죠.”

지난 9일 인천 서구 연희교회에서 만난 조경열(69) 담임목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 목사가 말한 판결은 지난 2월 4일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총회재판위원회(총재위)의 판결이었다. 총재위는 여성 교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돼 2016년 출교 판결을 받은 A목사가 청구한 재심과 관련, 원심을 파기하고 공소를 기각하며 피고인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A목사는 과거 연희교회의 담임목사였다.

당시 총재위의 판결은 교단 안팎에서 크게 논란이 됐다. 총재위의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평신도단체를 비롯한 각종 단체의 비판 성명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로부터 4개월여가 흐른 지난 8일 총재위의 결정은 상급심 역할을 하는 총회특별재판위원회(총특재)에서 뒤집혔다. 총특재는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면서 “피고발인의 이 사건 재심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재심 청구 기간(판결 확정 후 3년)이 이미 지났다는 것이 판단의 이유였다.

A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총특재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재심 청구 기간이 지난 것은 교단에서 재판을 거듭 연기하는 등 소극적으로 이 사건에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감리교 재판은 연회 재판과 총재위로 이어지는 2심제로 운영되며, 총특재는 감독회장 문제나 선거법 등을 다루는 기관”이라면서 “총재위에서 받은 무죄 판결을 사실상 확정 판결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A목사 사건은 성 비위 문제의 진위를 떠나 교회 재판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A목사 사건은 사회 법정에서도 이미 다뤄졌다. A목사는 출교 결정에 항의하며 사회 법정에 제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은 대법원까지 이어졌고 결국 대법원은 2018년 5월 A목사가 제기한 출교 판결 무효 확인 소송 상고를 기각했다. 즉, 사회 법정에서도 이미 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인 셈이다. 하지만 A목사는 그동안 3차례나 재심을 청구하며 복권을 도모했다.

조 목사는 A목사 사건이 연희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단 재판에서는 목회자들끼리 친분을 바탕으로 형성된 카르텔 탓에 정치적인 재판이 이뤄질 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분 있는 목회자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성 강한 재판부, 자주 교체되지 않아 ‘연속성’을 띠는 재판부가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목사도 교회 재판에 불만이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건의 실체보다는 소문에 휘둘리며 이뤄지는 게 교회 재판”이라며 “나를 둘러싼 교회 재판이 과연 제대로 이뤄졌는지 따지기 위해 사회 법원을 통해 계속 진위를 다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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