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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라이프] 추억에 담은 힙한 매력… 힙스터 끌어들이는 성수동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열린 롯데백화점 편집숍 시시호시 팝업스토어 ‘특별한 키친’을 방문한 이들이 작품처럼 전시된 상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약 2주 동안 2만명가량이 ‘특별한 키친’을 방문했다. 롯데백화점 제공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지난 4월 문을 연 롯데제과 팝업스토어 ‘가나 초콜릿 하우스’ 1층에 방문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롯데제과 제공


서울 성동구 무신사 스탠다드 슬랙스랩 성수점 입장을 위해 방문객들이 매장 밖에서 줄을 서 있다. 무신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매장 안에 머무는 방문객 수를 제한했다. 무신사 제공


MZ세대의 취향과 트렌드를 빠르게 탐색하고 싶다면 일단 인스타그램을 열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성수동’을 검색하면 단숨에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30세대 힙스터들이 유행을 만들고 따라가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성수동’ 게시물의 수는 171만개를 넘어섰다. ‘#성수동카페’는 101만, ‘#성수동맛집’은 60만을 육박했다. 그래서 기업들도 ‘성수동’에 주목한다. 최근 가장 인기있는 팝업스토어가 대부분 성수동에 자리하는 이유다.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복합문화공간 ‘LCDC’에는 2030세대 방문객이 끊임없이 들고 났다. 이곳은 롯데백화점 편집숍 브랜드 ‘시시호시’에서 지난달 31일 오픈한 팝업스토어 ‘특별한 키친’이다.

팝아트 갤러리처럼 꾸며진 공간에 작품인 듯 전시된 그릇 제품을 구경하며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사람, 각종 소품을 이리저리 살피고 써보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롯데백화점은 편집숍 시시호시의 첫 외부 팝업스토어로 성수동을 낙점했다. 시시호시는 올해로 론칭 2년째를 맞은 롯데백화점 종합 편집매장이다. 지난해 시시호시 매출의 절반은 2030세대에서 나왔다. MZ세대 소비자가 가장 좋아할 만한 지점을 터뜨려야 했다. 시시호시 팝업스토어를 성수동에서 꾸린 까닭이다.

소비자 반응을 보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성수동 LCDC에 마련된 ‘특별한 키친’을 방문한 이들은 약 2만명으로 추산된다.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하루 평균으로 평일에 1000명 이상, 주말에 2000명 이상이 를 찾은 셈이다. 친구와 함께 시시호시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김지윤(23)씨는 “주말에 우연히 잠깐 들렀다가 시간을 내서 친구와 다시 왔다. 아기자기한 소품도 예쁘고 사진 찍을 공간도 많아서 좋다. 골목 구경도 하고 맛집에서 저녁도 먹을 계획”이라고 했다.

MZ세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한 키친’에는 비주얼 아티스트 작가 사키(SAKI)가 참여했다. 일상에서 쓰는 물건을 조합해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내는 콜라주 기법을 즐겨 쓰는 작가다. 사키와 협업한 그릇, 에코백, 문구류 등 52종의 상품이 특별한 키친을 채웠다.

행사에 선보인 일부 제품은 초기에 동나거나 예약구매 문의가 줄을 잇기도 했다. 전통주 브랜드와 가공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스토리 토크 프로그램도 인기였다. 서수정 시시호시 팀장은 “시시호시의 철학인 ‘매일 매일 즐거운 일상’을 MZ세대 성지인 성수동에서도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담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유통·식품·패션업계는 성수동을 ‘MZ세대 취향과 일상이 가장 잘 반영된 지역’ 가운데 하나로 본다. 대중적인 트렌드와 MZ세대가 선호하고 열광하는 지점을 확인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것이다.

성수동의 매력은 자연스러움과 특별함의 어우러짐에 있다.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도 불리는 성수동은 1970년대부터 수제화, 인쇄소 등이 들어서며 공업단지로 조성됐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2017년 도시 경관 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났다. 지역의 특성과 역사성을 간직한 채 공간마다 다양하게 변주를 시도하면서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동네’로 다시 태어났다.

일상과 색다른 경험이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내면서 성수동에는 여러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섰다. 공장 느낌을 살린 갤러리, 카페, 빵집, 식당 등은 소비자를 불러 모은다. 트렌드를 즉각 확인하는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팝업 스토어의 성지’로도 자리매김했다.

20대 소비자에게 크게 사랑 받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성수동에 ‘무신사 테라스’를 꾸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신사는 무신사 테라스 성수에서 지난달에 ‘무신사 스탠다드 슬랙스랩’ 팝업 스토어를 운영해 관심을 모았다. 테라스 곳곳을 포토존으로 꾸몄고, 널찍한 공간에서 옷을 입어보며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체험형’으로 마련했다.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4월 29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진행한 슬랙스랩에 1만4000여명이 다녀갔다.

여기에 힘입어 무신사 테라스 성수는 다음 달 10일까지 캐주얼 브랜드 예일의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다. 무신사 테라스 성수를 방문한 20대 남성은 “주로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던 브랜드를 팝업스토어에서 직접 확인하니 색다른 기분이 든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쿠키와 커피도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재미 요소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MZ세대를 주요 고객층으로 하는 편의점 업계도 성수동에 뛰어들었다. GS25는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성수동에서 브랜드 팝업스토어 ‘갓생기획실’을 열었다. 갓생기획실은 가상인물인 Z세대 직장인 ‘김네넵’의 일상 공간을 구현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GS리테일에 따르면 평일에 800~900명, 주말에 1200명이 갓생기획실을 찾았다.

갓생기획실을 만든 ‘갓생기획’은 GS25의 2030세대 직원으로만 구성한 신상품 개발 프로젝트다. GS25는 신상품 개발 프로젝트를 넘어 MZ세대와 소통·공감하는 브랜드로 확장하기 위해 팝업스토어까지 선보이게 됐다. 박준형 GS리테일 디지털마케팅팀장은 “갓생기획실을 통해 재미와 공감의 경험을 한 소비자에게 갓생기획이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여겨지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부담스러울 만큼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지나치게 B급 문화로 흐르지도 않으면서 가장 대중적인 트렌드를 확인하기에 좋은 곳이 성수동”이라며 “성수동은 당분간 트렌드의 바로미터를 확인하는 지역으로 꼽힐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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