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예민한 성격으로 편하게 사는 법



정신과를 찾는 분 가운데 대부분 관계의 어려움으로 광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이 많다. CGNTV 방송과 유튜브의 ‘유은정 원장의 마음치료 코칭’ 시즌 1, 2, 3 강의를 마치면서 예민한 성격으로 상처받는 분들을 진료실에서 많이 만나게 됐다. 타고난 성격이 예민한 분도 있고 어려서부터 많은 상처를 받은 분도 있다. 모두가 자신이 피해자라고 하는데 정작 가해자는 찾아오지 않는다. 이들의 공통된 질문은 나는 잘해줬는데 왜 나 혼자 상처를 받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이 상처를 받는 이유는 상대를 위해 잘해준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잘해줬기 때문이다.

관계에서 아픔을 경험한 분들은 나는 이렇게 예민하고 힘든데 왜 상대는 저렇게 잘 살고 있느냐고 한다. 눈에 보이는 문제가 내 기준에서 빨리 해결되지 않을 때 조급해하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환경을 탓하고 남을 탓하게 된다. 내 문제로 눈을 돌려 정신과를 찾거나 상담의 도움을 구하는 마음은 겸손함을 전제로 한다. 남의 이목이나 자신의 선입견을 모두 내려놓고 내 상처와 아픔을 드러낼 때 변화의 시기가 찾아온다. 약물도 복용하고 심리치료도 받다 보면 어느새 증상도 줄어들고 평정심을 되찾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나를 예민하게 만드는 사람이 꼭 있다. 이 신기한 현상을 정신분석학에선 ‘전이(displacement)’라고 부르는데, 과거에 어떤 대상에게 향했던 감정이 다른 대상으로 옮아가는 심리다. 예를 들어 만일 뜨거운 컵을 만져서 데이고 나면 다시 그 컵을 만질 수 있을까? 겁나서 못 만진다. ‘인지 오류(cognitive error)’가 나타난 것이다. 사람을 대할 때 상대방의 단면을 확대해석해 ‘그도 그럴 것이다’라고 지레짐작하고 미워하는 게 대표적인 인지 오류의 예다. 유독 마주하기 싫은 그 사람, 미워하는 그 사람에게 내가 인지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자.

그 사람을 향한 미움, 섭섭함, 속상함 등의 감정들이 그냥 스쳐가는 바람처럼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자. 감정은 바람같이 금방 왔다가 바로 사라지는데 그것을 붙잡고 내 머릿속에 둥지를 틀게 만드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자꾸 이야기하는 것은 상처를 뻥튀기처럼 부풀게 해서 객관적 사실에 주관적 해석을 더하게 되는 왜곡이 생기기 쉽다. 그런데 누군가를 용서하라고 섣불리 말했다간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용서를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대신 용서를 왜 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하는 건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을 위해 필요하다. 내게 상처를 남긴 그 일이 계속 내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심리적 거리두기’를 하라는 뜻이다.

예수님도 용서에 관해 말씀했다.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지니라.”(마 18:22) 셀 수 없이 용서하라는 것이다. 크리스천 정신과 의사로서 이 구절을 이렇게 설명한다. “용서는 단번에 되는 게 아니라 평생 해야 하는 과정이란다. 셀 수 없이 해도 안 될 수 있다. 그러니 용서 못 한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단다. 안 되니까 셀 수 없이 하라고 한 거야. 다만 네가 고통스럽지 않으려면 용서하렴. 상대의 잘못을 없던 일로 하거나 잘못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게 아니란다. 네가 예민한 게 아니라 상대가 너무한 경우가 많지만, 그 일로 더 이상 고통받기를 원치 않기에 용서하기로 결심하는 거야.”

용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평생의 과정이며,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용서가 안 된다”라는 말이 정답이다. 용서가 안 되지만 용서하기로 결단하고 내 감정의 끈을 끊겠다는 의지를 보일 때, 서서히 그 사건에 대한 예민함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유은정 서초좋은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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