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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박영호 목사] 복음서 저자들의 자의식 떠올리며 말씀 이해를

초기 기독교 문서를 전공한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는 2016년 과천교회와 2020년 포항제일교회에서 전했던 말씀을 기초로 ‘쾌청 신약’을 저술했다고 밝혔다. 포항제일교회 제공




“백성이 다 대답하여 이르되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 하거늘.”(마 27:25)

빌라도가 예수님의 무죄를 확인하며 스스로 물을 가져다가 손을 씻은 뒤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고 말하자, 유대인 군중이 내놓은 대답이다. 같은 관점의 공관복음 가운데 마태복음에만 있는 이 말씀은 유대인들을 증오하고 핍박하는 반유대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차대전 당시 유대인 600만명을 학살한 아돌프 히틀러도 이 구절을 인용했다. 이 문구는 사실 AD 70년 로마 군대가 예루살렘을 함락하며 성취된 것인데 20세기 유대인 홀로코스트에 오용됐다.

우리 시대 성서학자인 박영호(57) 포항제일교회 목사는 “그래서 성경을 정확하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경 전체의 맥락에서 벗어난 자의적 인용은 위험하다. 신천지를 비롯한 많은 이단 집단이 쪼개놓은 성경 구절을 가지고 말한다. 신약 성경 전체를 꿰뚫는 맥락을 더 쉽고도 명쾌하게 들려주기 위해 박 목사는 ‘쾌청 신약’(두란노)을 저술했다. 2021년 국민일보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IVP) 이후 9개월 만의 작품이다.

최근 서울 인수봉로 영락교회기도원에서 당회원수련회 설교를 맡은 뒤 포항행 KTX에 탑승해야 하는 박 목사를 서울역 가는 차 안에서 인터뷰했다. 박 목사는 “복음서와 저자들, 바울이 전한 복음, 공동서신과 요한계시록을 납작한 상태에서 출발해 입체적으로 인식하도록 돕기 위해 책을 펴냈다”면서 “신약 통독을 위한 길잡이”라고 설명했다.

“성경 해석의 기본은 일단 성경이 뭐라고 말하는지 살피고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본문의 신학적 맥락과 역사적 문법적 의미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그다음에 본문을 통해 하나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에 충실하면서 말씀을 받는 공동체, 청중의 삶의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 뒤에 전하는 이의 개성 안목 스타일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박 목사는 책에서 이를 ‘JOY’란 경구로 소개한다. ‘예수님을 첫째로, 다른 사람은 둘째, 나는 마지막’(Jesus first, Other second, Yourself last)이란 뜻이다. 맥락을 풀어줄 성경 말씀에 갈급한 성도들을 위해 목회자가 꼭 새겨야 할 이야기다.

박 목사는 복음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저자들의 자의식을 떠올리라고 조언한다. 마태복음의 저자는 교사이며 가르치는 사람이었다. 옛것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지혜를 갈구했다. 마가복음의 저자는 베드로의 외국어 통역자이면서 세계 끝까지 달려가는 복음 전도자였다. 누가복음의 저자는 역사가로서의 자의식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예수님 시대의 연대기부터 소개했고 교회의 역사인 사도행전도 썼다. 요한복음의 저자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다. 말씀의 권위를 더욱 강조한다.

박 목사는 신약의 절반이 바울이라고 본다. 바울은 겉모습이 초라했고 말도 시원치 않았지만, 그의 편지는 무게와 힘이 있었다. 사람들이 바울의 편지를 읽기 시작하면서 은혜를 받았고 예배 때 낭독하면서 하나님 음성으로 들었다. 물론 이는 바울 사후의 이야기고, 생전의 바울은 유대인 복음 전파에 치중한 베드로 야고보 등과 견해가 달랐고 이를 비판해 고립됐다. 바울 자체가 이방인을 위한 사도였다. 그럼에도 베드로는 바울과 그 편지의 권위를 인정했다.

박 목사는 이를 ‘고귀한 신약의 정신’이라고 불렀다. 서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서로를 하나님의 도구로 여기는 것을 말한다.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사랑을.’ 17세기 독일 신학자 루퍼투스 멜데니우스의 이 라틴어 경구 역시 한국교회가 꼭 새겨야 할 대목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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