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지금은 의인 10명이 필요한 때입니다



창세기 18장에 보면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소돔을 심판할 계획을 미리 말씀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아브라함이 하나님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소돔 성에 의인 50명이 있을지라도 그곳을 멸하시겠습니까?” 그러면서 의인의 숫자를 50명에서 45명, 40명, 30명, 20명, 10명으로 계속 줄여나갑니다. 그런데 여러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아브라함은 왜 의인의 숫자를 5명, 3명, 1명 그렇게 더 줄이지 않고 열 명에서 멈추었을까요?

구약학자 브루스 K 월키에 따르면 고대 근동에서 10명은 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의 숫자였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한 지역에 회당 공동체를 세울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이 성인 남자 10명이었습니다. 10명 이하는 개개인으로 여겨졌을 뿐 하나의 공동체로 간주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창세기 18장에 나오는 의인 10명은 단지 하나님 믿는 열 사람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작은 믿음의 공동체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대단히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됩니다. 한 지역이 구원받으려면, 한 지역에 하나님의 생명의 역사가 나타나려면 하나님 믿는 개개인으로는 안되고 반드시 하나님을 예배하는 믿음의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소돔성이 멸망했던 건 그곳에 하나님 보시기에 온전한 믿음의 공동체 하나가 없어서였습니다.

작은 믿음의 공동체 하나를 이루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오늘 본문은 믿음의 공동체 하나가 영적으로 온전하게 서 있기만 하면 하나님은 그 공동체를 통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안타깝게도 개인주의에 깊이 물들어있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은 믿음의 공동체가 갖는 영적인 비밀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돔으로 이주했던 롯이 그곳의 안락한 삶에 젖어 살지 않고 아브라함처럼 하나님을 경외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았더라면, 소돔의 타락한 문화와 가치가 자신의 가정에 스며들지 못하도록 말씀으로 가정을 지켰더라면 롯은 자신의 가정을 중심으로 작지만 견고한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의로운 공동체를 통해 소돔을 회복시키고 구원하셨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세속적인 서울 신촌 홍대 지역 한가운데 서교동교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의 도시가 들어서기 훨씬 전에 이곳에 교회를 세우시고 130년 넘게 그 역사를 이어오게 하셨습니다. 여기에 하나님의 놀라우신 계획이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매번 설교 때마다 교우들에게 다음과 같이 강조합니다. 홍대 지역을 어떻게 구원할까 너무 고민하지 마십시오. 의인 10명으로 구성된 작은 믿음의 공동체만 있었어도 소돔이 구원받을 수 있었던 것처럼 서교동교회가 정말 하나님 기뻐하시는 교회로 서게 되면, 하나님의 뜻을 가장 귀하게 여기고 그 앞에 자신의 생각을 꺾을 줄 아는 믿음의 사람들을 길러내기만 한다면, 예수님의 새 계명을 쫓아 서로 용납하고 사랑하는 일에 힘쓴다면 하나님은 서교동교회를 통해 홍대 지역을 넉넉히 구원하실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교회에만 해당되는 일이겠습니까? 주님께서 세우신 이 땅의 모든 교회가 감당해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이 시대는 예수 잘 믿는 개개인보다 예수 잘 믿는 믿음의 공동체 하나를 더욱 필요로 합니다.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그리스도의 몸 된 공동체를 세워가시는 일에 여러분 모두가 쓰임 받으시기를 축복합니다.

권철 서교동교회 목사

◇서교동교회는 1895년 언더우드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교회입니다. 한국교회 초창기에는 서울, 천안시 서북 지역의 어머니 교회 역할을 감당했고 지금은 홍대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영적으로 건강한 교회를 꿈꾸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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