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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마이애미 월세 1년새 51%↑… 임대료 폭등에 시름하는 미국

게티이미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서 지난달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는 조례(tenant’s bill of rights)가 통과됐다. 조례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협하거나 쫓아낼 목적으로 임대료를 인상하거나 주거 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세입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세입자는 이와 관련한 소송에서 변호사 수임료 등도 청구할 수도 있다. 집주인은 5% 이상의 임대료 인상이나, 임차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유권 변경을 60일 이전에 세입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미국판 ‘임대차보호법’이다.

대니엘라 러빈 카바 카운티장은 “우리는 (강제) 퇴거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집주인이 적당한 임대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드 카운티의 조치는 치솟는 임대료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부동산중개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 포트 로더데일, 웨스트 팜비치 등 대도시는 지난 4월 임대료 중간값이 3045달러로 1년 전보다 51.6% 급등했다. 올랜도, 키시미, 샌포드 등 플로리다주 중부 지역도 1927달러로 같은 기간 32.9% 늘었다. 카바 카운티장은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월세 폭등에 따른 위기 경고등이 켜졌다. 임대료 상승은 휘발유나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미 고통을 받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또 다른 압박이 되고 있다. 임차인 보호를 위한 규제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미국 50대 대도시 지역 임대료 중간값은 지난 4월 1827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했다. 전국 평균 임대료는 14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다니엘 헤일 수석 애널리스트는 “임대료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르고 있다”며 “지금의 인상 속도면 오는 8월에는 평균 임대료가 2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체의 월평균 임대료도 전년 대비 17% 상승한 1940달러다. 2020년 2월 이후 상승폭이 가장 크다. 부동산 리서치 회사인 코스타 그룹에 따르면 미국 임대료는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11.3% 증가했다. 미국 저소득주택연합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제 최저 임금 근로자가 방 2개짜리 집을 임대할 수 있는 도시나 카운티는 단 한 곳도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초당파 정책연구센터 데니스 셰이 이사도 “수급 불일치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저소득 가정이 임대료 인상과 공급 부족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리얼터닷컴이 세입자와 집주인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세입자 66%는 높은 임대료가 재정에 가장 큰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집주인 72%는 12개월 이내에 임대료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휘발유와 식품 가격 상승이 이미 미국인 예산에 부담을 주고 있는 시기 세입자들이 치솟는 임대료와 씨름하고 있다”며 “수년간의 집값 상승과 최근의 모기지 이자율 급등으로 인해 많은 주택 구매 희망자들은 임대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으로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먼 곳으로 이사갈 수 있게 된 것도 임대료와 집값이 상승하는 주 요인이다.

이에 따라 미 전역에선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처럼 임차인 보호를 위한 법안이나 조례 강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줄리아 살라자르 뉴욕주 상원의원은 임대료 인상을 현재의 3%나 그해 물가상승률 1.5배 중 높은 수치로 제한하는 내용의 임대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임대 조건을 위반하지 않는 한 임대 갱신을 거부하는 것을 막는 내용도 포함됐다. 뉴욕주 킹스턴시는 임대료 통제를 추진하기 위해 주택 비상사태 선포를 고려 중이다. 뉴욕주의 긴급 세입자 보호법에 따르면 아파트 공실률이 5% 미만일 경우 정부가 임대료 통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조치가 시행되면 연간 임대료 인상 허용 범위를 임대료 지침 위원회가 결정한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미셸 우 시장도 ‘임대료 안정화 자문 위원회’를 발족하고 임대 가격 통제를 위한 법안 제정을 추진 중이다. 보스턴은 임대료 통제가 법으로 금지돼 있는데, 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주 첫 공청회도 열었다. 우 시장은 “보스턴 거주자 대다수가 세입자다. 이들을 몰아내는 임대료 인상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업체들도 임대료 인상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소기업 네트워크 얼라이너블은 최근 “소규모 업체 3분의 1(56%)이 5월 임대료를 체납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4월 조사에서는 임대료 체납을 보고한 업체가 36%였다. 한 달 사이 20%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소규모 업체 절반(52%)은 지난 6개월간 임대료 인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14%는 20% 이상 인상을, 18%는 10~20%가량의 인상을 보고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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