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악 우범지대서 “가난한 이의 이웃” 19년

이태후 목사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노스센트럴 지역에서 대학 입학을 앞둔 동네 청소년 아야샤(왼쪽), 브라이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태후 목사 제공


2년 전 즈음인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 무릎에 목이 눌린 흑인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곳곳에서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 메시지는 전 세계로 퍼졌다.

그런데 이태후(57) 목사가 머물고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노스센트럴 지역은 유독 조용했다. 주민 90% 이상이 흑인이고, 그 가운데 절반이 빈곤층이며 미국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동네 중 한 곳인데도 말이다. “그들이 모를 리 없지요. 하지만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이 급박한 제 이웃들에게는 시위가 사치스러웠는지도 몰라요.” 이 목사의 말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줌(Zoom)으로 만난 이 목사는 평온해 보였다. 그가 사는 노스센트럴 지역은 미국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동네 중 하나다. 이 목사는 2003년부터 동네 주민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먹고사는 일부터 위로와 격려, 기도로 주민들의 필요를 채워준다. 지난 2년여 코로나19 팬데믹은 또 다른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40년 만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동반하면서 동네 식료품 배급 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도대체 왜 이런 최악의 조건을 지닌 동네를 사역지로 택했을까. “선택이 아닌 순종입니다. 20년 전 어디서 사역해야 할지를 두고 반년 이상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기다렸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이웃이 돼라’는 확신을 주셨는데 그것이 없었다면 기쁨으로 사역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곧장 이 길에 들어선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유가 궁금했다. “포기가 필요합니다. 주님이 확실한 답을 주셨을 때 그 외의 것들, 이를 테면 신변의 안전이나 경제적 안정 등을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못할 때 삶과 사역이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닐까요.” 이 말은 마치 미래 사역을 준비하는 신학도들을 향한 조언 같았다.

이 목사가 사는 동네는 ‘식료품 사막’(Food Desert)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다. 신선한 야채를 살 수 있는 슈퍼마켓이 없고, 동네 구멍가게에서는 햄버거나 닭튀김, 감자튀김 정도만 판다. 주민들이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이유다. 아이들도 소아비만과 당뇨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빈곤과 함께 찾아오는 우울감과 트라우마는 지역 주민들을 수시로 괴롭힌다. 아이들은 멸시와 냉대를 경험한다.

사회 제도의 사각지대 속에서 복음 사역에 대한 무기력감이 밀려들진 않을까. “이런 사역을 하면서 조심해야 할 것이 ‘메시아 신드롬’입니다. 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지요. 그런 열심과 절박함도 필요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직 주님만이 이루실 수 있다’는 진리입니다. ‘위대한 일을 하려고 하지 마라. 대신 작은 일을 위대한 사랑으로 이뤄가라’는 마더 테레사 수녀의 말을 떠올리면 좋겠어요.”

이 목사는 “(사역의 열매를 맺으려면) 10년은 푹 썩어야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온다”면서 “같은 마음을 품고 사역하는 이들과 교제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이면 사역 20년을 맞는다. 그는 “그동안 특별한 사역을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면서 “훗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아낌없이 베풀어준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이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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