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겹 위기의 시대… 다시 ‘웨슬리 신앙’을 추앙하다

존 웨슬리가 군중 앞에서 옥외 설교를 하는 모습. 당시 영국의 도시 노동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면서 진정한 예배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들었다. 웰컴트러스트 제공


웨슬리 신앙을 배경으로 한 국내 6개 교단장이 지난 3월 웨슬리언교단장협의회를 출범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한국웨슬리학회 등이 지난해 5월 ‘웨슬리의 부흥’을 주제로 개최한 공동학술대회 현장. 국민일보DB


“감리교가 다시 분열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분열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성경과 믿음의 선진들에게로 돌아갔다.”

교회 사학자인 라이언 댄커 미국 웨슬리신학교 교수가 최근 미 기독매체인 크리스채너티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꺼낸 말이다. 그는 올 초부터 감리교와 성결교, 오순절 등 웨슬리 신앙을 배경으로 한 신학자 60여명과 함께 정통 웨슬리 신앙을 정의한 문서 ‘웨슬리의 증인’(A Wesleyan Witness)을 작성했다. 문서는 지난 23일 온라인으로 출간됐다.

거룩한 삶을 돌아보다

‘웨슬리 다시 보기’가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교회가 갈라지는 상황에서, 팍팍한 살림살이로 나눔과 섬김의 정신이 절실해지는 시점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감리교 창시자이면서 신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존 웨슬리(1703~1791)는 19세기 성결운동과 20세기 오순절운동을 비롯해 기독교 사회복지운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웨슬리의 증인’ 문서가 나온 직접적인 계기는 미 감리교의 분열이다. 미국연합감리교회(UMC)는 LGBT로 일컬어지는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의 수용 여부를 두고 쪼개진 상태다. 이달 초 LGBT 수용에 반대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글로벌감리교회(GMC)가 출범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웨슬리의 증인’은 거룩(성결)한 삶을 강조하고 있다. 작금의 감리교 분열을 순결과 성윤리적 측면에서 받아들이는 입장과 LGBT를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서로 충돌한 데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서는 ‘하나님의 속성’으로 시작해 창조와 인간의 타락,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구원, 성화를 통한 회복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하나님은 옛 존재를 새로운 존재로 변화시키신다. 이 변화는 도덕적 개인적 사회적 거룩함을 지닌다’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완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내용 등도 담겨 있다. 이 문서는 감리교 소속 교회 소그룹 활동이나 교회학교 성경공부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난한 이웃을 돌아보다
최근 들어 남미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오순절 교회의 확산 배경에도 빈민 구제 등 사회 선교를 강조하는 웨슬리 정신이 깊이 배어 있다. 치유와 더불어 구제·섬김 사역에 앞장서고 있는 오순절 교회는 이들 지역에서 여성과 이민자 등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품는 데 앞장서면서 부흥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3월 웨슬리 신앙을 추구하는 6개 교단이 손을 잡았다. 주된 취지는 ‘나눔과 섬김’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나사렛성결교회, 구세군대한본영이 모여 ‘웨슬리언 교단장협의회’를 구성한 것이다. 이들 교단은 한국교회 전체 가운데 35%를 차지한다.

진정한 예배를 돌아보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한복판에 서 있던 지난해 5월에는 웨슬리 신앙의 영성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웨슬리학회와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가 주관한 학술대회에서다. 비대면 예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웨슬리의 ‘옥외 설교’를 통해 진정한 예배의 의미를 짚어보는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박창훈 서울신학대 교수는 “(18세기 영국의) 부흥 운동 초기엔 웨슬리에게 허락된 강단이 없었다”면서 “웨슬리는 성경 속 산상수훈을 읽으며 이것이야말로 옥외 설교의 분명한 선례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옥외 설교는 영국국교회의 정규 예배에 참석할 수 없었던 노동자 등에게 복음을 들을 기회를 제공했다. 웨슬리의 옥외 설교를 두고 영국국교회는 교구 제도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지만, 웨슬리는 어느 곳에서라도 자신의 사역을 묵묵히 하겠다는 의미에서 ‘세계는 나의 교구’라는 명언을 남겼다.

박재찬 기자 유경진 인턴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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