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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대통령 기념시계



문재인 대통령 기념시계는 구하기 어려웠다. 청와대 살림을 총괄했던 이정도 총무비서관이 시계 물량을 제한했기 때문이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으니 집권 초기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지지자들은 ‘이니시계’라고 불렀다.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시계를 구하지 못했다. 청와대 사람들은 사석에서 “이정도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혀를 찼다.

대통령 기념시계는 제작단가가 2만~5만원으로 싸고, 상징성이 있어 인기가 많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만들어졌다. 1978년 9대 대통령 취임 기념시계가 유명하다. 국산이 아닌 일제 시계였는데, 흔들면 자동으로 동력이 생기는 기계식 자동 시계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에 이른바 ‘영삼 시계’를 많이 뿌렸다. 앞면엔 한자 이름(金泳三)을, 뒷면엔 좌우명 ‘大道無門(대도무문)’을 새겼다. 시계에는 다른 숫자 없이 ‘0’과 ‘3’만 있어 ‘영삼 시계’로 불렸다. 전직 대통령들의 시계는 중고시장에서 거래된다. 10만~20만원이 대부분이다. 사용감이나 흠집 같은 물건 자체의 품질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만, 대통령 인기에 따라 가격 편차가 있다. 중고시장에서 80만원에 올라 있는 박정희 시계도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계는 인기가 없다. 대통령 시계를 둘러싼 구설도 많았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이만희 교주는 2020년 3월 기자회견장에 박근혜 전 대통령 서명이 새겨진 금색 시계를 차고 나와 논란이 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가짜”라고 반박했다. 금색 시계를 만든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이라고 새겨진 금색 시계를 제작했다가 비판을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기념시계가 25일 공개됐다. 앞면에는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서명이, 뒷면에는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가 새겨졌다. 대통령 시계가 권력자와의 거리를 상징하던 시대는 끝났다. 윤석열 시계가 오래도록 사랑받으려면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해야 한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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