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표지 없는 ‘메시아닉 주’ 예배당… 격식 대신 복음만 선포

이스라엘 예루살렘 하네빔에 있는 ‘예루살렘 메시아닉 어셈블리’ 회중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예배에서 찬양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구글맵에 ‘예루살렘 하네빔 56번지’를 검색한 뒤 안내를 따라 거리로 나섰다. 이스라엘에서 처음 생긴 메시아닉 주(Messianic Jew) 신앙 공동체인 ‘예루살렘 메시아닉 어셈블리’(새뮤얼 스마자 장로)를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토요일은 유대인 안식일이지만 이스라엘의 다른 기독교 공동체도 이날 예배를 드린다.

메시아닉 주는 유대인이면서 예수를 구세주로 고백하는 이들을 말한다. 예수를 메시아(그리스도)로 인정하지 않는 유대인이 전 국민의 75%에 달하는 이스라엘에서 0.3% 수준인 메시아닉 주는 오랜 세월 차별을 받아왔다.

모임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구글맵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안내했지만 예배당을 알리는 그 어떤 표식도 보이지 않았다. 메시아닉 주가 예배당에 간판을 걸지 않는 건 교회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회중’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유대인 신앙 공동체일 뿐 조직 교회는 아닌 게 바로 메시아닉 주의 정체성이다.

골목을 헤매던 중 마침 귀에 익은 찬양이 들려 왔다. 히브리어로 부르는 ‘복의 근원 강림하사’였다. 찬송 소리에 이끌려 한 건물에 들어서니 작은 정원이 딸린 예배당이 보였다. 예배당 문턱을 넘어온 찬양은 어느새 다른 곡으로 바뀌었다.

밝은 조명의 예배당은 우리나라 교회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예배당 앞에는 십자가 대신 ‘메노라’가 있었다. ‘촛대’를 의미하는 메노라는 유대인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예배 시간인 10시15분이 다가오자 가족 단위 교인이 하나둘 입장했다. 어린이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 교인이 시편을 낭독한 뒤 다 같이 찬양을 하고 또 다른 교인이 토라(모세오경)의 말씀을 읽은 뒤 새뮤얼 스마자 장로가 설교를 시작했다. 메시아닉 주 공동체는 장로가 신앙 지도자로 활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격식을 강조하지 않는 예배에서는 오직 복음만 앞세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대표기도를 한 교인도 예배당 앞으로 나오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기도했다. 기도와 찬양, 설교, 교제 등으로 구성된 예배는 90분 넘도록 진행됐다. 설교가 끝나고 어린이들이 나간 뒤 예배당에 남은 교인들은 ‘예수 우리 왕이여’처럼 한국교회도 부르는 친숙한 찬양을 20분 남짓 불렀고 이때 몇몇 신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내어 기도하기도 했다.

예배 후 만난 스마자 장로는 “이스라엘에서 메시아닉 주 공동체는 유대교뿐 아니라 로마가톨릭교회에도 늘 거절당해 왔다”면서 “그런데도 이스라엘 전역에 3만명쯤 교인이 있고 200개 정도의 공동체를 이뤘다”고 소개했다. 이어 “조직 교회와 달리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이들이 모인 운동으로 이해해 달라. 우리는 예수께서 유대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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