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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깜깜이 교육감 선거



교육감은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이다. 주어진 권한이 막강하다. 자율형사립고를 폐지할지 혁신학교를 늘릴지 등 교육 정책을 결정한다. 학원 심야교습 제한 같은 조례 제출 권한도 있다. 학교 시험에 수행평가와 지필평가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등교 시간과 급식 메뉴 최종 결정권자도 교육감이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이 다루는 예산은 82조원이다. 경기도교육청의 올해 예산 규모는 19조3940억원으로 경기도 전체 예산(33조6035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교육감은 전국 57만여명의 교직원과 교육청 직원의 인사권도 갖는다.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는 교육감을 뽑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권한에 비해 유권자의 관심도는 낮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 결과, 교육감 선거에 관심 있다는 응답은 43.6%에 불과했다. 이전 선거에서 교육감 후보의 이름과 공약을 제대로 알고 찍었다는 사람은 10명 중 4명밖에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은 정당이라는 판단 기준이 있지만 교육감은 정당 공천이 아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명분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보수든 진보든 후보가 난립하고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결국 단일화가 승부를 결정짓는다. 2014년과 201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 진영이 과반을 득표하고도 표가 나뉘면서 진보 단일 후보인 조희연 교육감이 연이어 당선됐다.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다. 7명이 출사표를 던졌는데 진보 진영은 조 교육감으로 단일화된 반면, 보수 진영의 박선영·조영달·조전혁 후보 단일화는 안갯속이다.

2년여의 코로나 여파로 학생들의 학력 격차는 벌어지고 사교육비 부담은 커졌다. 교육감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무관심 속에 깜깜이 선거로 치뤄서는 안 된다. 교육감 선거 제도를 개선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당장 바꿀 수는 없다. 우리 지역 교육감 후보로 누가 나왔는지, 그들의 공약은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봐야 할 때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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